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이사장)

나는 요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미워하는 마음은 나로부터 발현되지만 결국 누군가를 향하게 되고 매사에 상대를 특정하게 된다. 사실, 미움은 내 마음이 여유가 없고 한없이 가난해지기 때문에 생겨난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서운한 감정은 어떻게 풀릴 수 있을까. 이 감정의 숙제는 어떻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가끔 혼자 있을 때 나는 이런 고민을 한다. 다양한 단체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갈등이나 의견대립 등을 목격할 때가 많고 조정자의 입장에서 나는 상당히 예민하게 ‘촉’이 세워지는 편이다. 

나도 오래전,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을 많이 했다. 학생운동을 할 때는 정파가 달라서 친했던 선후배들과 갈라지는 일도 있었다. 평소 친하던 선배가 한순간 모른 척했을 때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 나를 미워하고 있구나. 그래서, 나도 미워했다. 한없이, 오래, 미워했다. 20대에 슬픔과 미움을 많이 쓰다 보니 하염없이 나는 더 작아져 있었다. 그럴 때면 다른 쪽으로 사랑을 채우고 싶어서,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서, 성과를 내려고 했고 누군가를 (보상을 위해) 챙기려고 노력했다. 

20대의 끝 무렵이 되었을 때, 이 모든 부질없는 짓을 그만두었다. 사람들 각각의 상태를 인정하고 나에게 당기는 일들을 멈추자 평온이 찾아왔다.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타자와의 감정을 분리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다. 내 일이 아님에도 모든 일들을 내 일처럼 끌어안는(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때도) 습관도 멈추었다. 누가, 너에게, 그 역할을 주지 않았는데 왜 나는 지역의 ‘맏언니’를 자처하며 각각의 감정받이를 했을까. 착해 보이려고, 인정받으려고, 그래도 언니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나는 요즘 페이스북을 ‘적당하게’ 활용한다. 모든 미움의 말들, 감정의 쏟아짐이 너무나 피로해서 잠시 닫아두고 가끔 ‘활용한다’. 뾰족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여기저기 흉기처럼 휘두르는 이들이 있다. 상대에게 뾰족하게 하는 말이 ‘무례함’인 줄 모르고, 가난해지는 마음을 주체를 못 하는 이들을 가끔 만난다. 그래, 나도 그랬지.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또 주기적으로 찾아오겠지. 최근에 또 마음이 또 가난해지려고 할 때, 은유 작가의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을 읽어보았다. 나에게도 찾아왔었던 온갖 서러운 감정과 슬픔, 갈등이 그 책에도 내 얘기마냥 녹아져 있다. 

살면서 품게 되는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또 잘 다독여 떠나보내야 하는데 누구나 그런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 노력한다. 노력하는 게 답이니까.

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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