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상담학 Ph. D.)

최초관계 경험에 의해 삶이 큰 영향을 받으며 그 기억으로 일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심리학자 볼 비(John Bowlby)가 그리는 세상 속 우리의 삶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친밀한 애착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의 초기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두 번째 기회인 이후의 관계들을 제공하여 안정된 애착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불안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질수록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더 많은 상처와 아픔 그리고 고통스러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애착 관계가 개인의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초 애착 패턴이 시작되는 언어 습득 이전 시기를 살펴보면 태아 때부터 연결되어 있는 엄마와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자녀는 안정감을 느끼고 세상을 의미 있는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는 불안정한 환경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유형의 반응들을 보이면서 낯선 환경이 주는 불안을 통제하려고 한다.

첫째, 애착 대상과 근접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애착 대상은 특정한 사람 즉,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지만 보통 가장 밀접하게 관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주로 엄마가 대부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엄마가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이는 가장 선호하는 대상에게 울고, 매달리며, 엄마를 부르고, 그 대상에게 기어가는 행위로, 생물학적으로 입력되어 있는 행동의 유형으로 근접성이 주는 안전을 확보하려고 애쓴다.

둘째, ‘안전기지’로 애착 대상을 활용하는 것이다. 낯선 상황에서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유아들이 엄마와 잠시 떨어져 탐험하고 난 뒤 엄마에게 되돌아오는 행동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애착 대상에게 보호와 지지를 제공해 주는 안전기지가 되어 준다면 아이는 보통 자유롭게 탐험한다. 반면, 애착 대상이 보이지 않거나 부재하면, 탐험은 중단되고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정을 베이스캠프로 보면 세상을 탐험하다 지치고 힘들면 캠프에 돌아와서 힘을 얻고 다시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떠나는 곳을 의미한다. 엄마가 주는 안전기지는 바로 베이스캠프와 같은 역할인 것이다. 

셋째, 위험한 상황에 ‘안전한 피난처’로서 애착 대상에게 달려가기다. 위협의 순간에 사람들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일어난다. 이는 연령이 높은 아동과 성인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이 아닌 많은 종들은 위협을 감지했을 때 동굴이나 굴속으로 찾아 들어가지만, 인간은 강하고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사람과 함께 하려고 한다(Bowlby, 1988). 실제 9·11과 같은 위협적인 순간에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을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협이 극심할수록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더 강하며, 만남과 가까이에서 함께 있고자 하는 욕구는 절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던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변종 앞에 사람들은 무기력과 두려움에 연결을 시도하려는 만남을 가지려 하였으나 오히려 격리와 거리두기를 통해 불안은 더 높아져 갔다. 거기서 오는 코로나블루라는 새로운 형태의 신조어를 통해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낯선 상황과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은 안전한 기지를 찾고 애착 대상에게 달려가는 새로운 피난처를 찾게 된다. 이제 두 번째 기회인 새로운 관계를 통해 나보다 연약한 대상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로의 ‘안전기지’가 되어보면 어떨까?

 김영숙(상담학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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