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요리전문점 ‘두향’

두부 장수 아들이었던 23살 인제 총각이 양구 해안으로 이사를 가서 농사를 짓다 이웃집 꽃다운 18세의 처자에게 마음이 뺏겼다. 수줍게 처자의 오빠에게 마음에 있다고 고백하게 되고 둘은 양구의 한 마을에서 동화처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부터 두부 장수를 하던 부모님께 보고 배운 솜씨와 시래기로 요리를 자주 해 먹던 음식솜씨가 만나 자연스레 시래기두부조림이 탄생하였다. 부지런함과 올곧은 성격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이 되었다. 새벽 5시만 되면 두부 만들 생각에 흥이 난다. 국산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이 집만의 특별한 원칙이 하나 더 있다. 간수나 응고제를 사용하지 않고 속초로 직접 가서 심층 해양 수를 받아와 두부를 만든다. 그래서 두부가 고소하고 맛이 있다.

휴일도 거의없다. 새벽부터 두부를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재밌어요. 새벽에 몇 시간 하면 되는 일인데요. 조금만 부지런하면 두부가 나오고 두부 요리를 만들 수 있자나요” 휴일 없이 일하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도 재미있다고 한다. 집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주거도 함께하는데 일하고 나서 이동하는 시간을 벌어야 해서 주거와 일을 함께 한다고 했다. 

눈만 뜨면 두부 생각, 다시 일이 끝나도 다음날 두부 생각으로 잠이 드는 주인장 내외였다. 집 반찬처럼 매일 달라지는 반찬들은 그때그때 제철 나물이나 채소들을 원료로 정갈하게 만들어 상에 낸다. 하지만 한결같이 나오는 반찬도 있으니 그것은 비지로 만든 맛있는 두부전이다. 인심 좋게 메뉴에 무료로 포함된다. 단아한 외모의 아내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식구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주거와 함께하여 가족이 늘 함께 먹는 음식이다.

‘두향’의 대표메뉴는 시래기 두부조림이다. 양구 해안지역에서 나오는 여린 시래기를 불려 삶아 냄비에 푸짐하게 깔고 직접 만든 두부를 두툼하게 썰어 올린 후 양념장을 올려 끓여가며 먹는다. 두부조림이 끓기 전에 침샘이 고여 위에 올려져 있는 두부에 젓가락이 간다. 아직 끓기 전이라 차가운 두부 상태이다. 그런데 두부가 차가우니 더욱 고소하다. 너무 맛있어 자꾸 손이 간다. 이러다간 두부가 다 없어질 듯하다. 남은 시래기가 있으니 괜찮다고 위안하며 시래기가 졸여지기를 잠시 기다린다. 이제 짜박짜박 졸여 들은 시래기를 맛볼 시간이 되어 한 절음 집어 뜨거운 밥 위에 올려 감싸 먹었다. 섬유질이 풍부한 시래기는 양념이 잘 베어 맛있게 졸여졌는데 토속적인 건강한 맛과 더불어 밥도둑이 되어 밥을 순식간에 없애버린다.

장은 보통의 양념장을 떠올릴 텐데 이 집만의 특징적인 맛이 있다. 단맛이 없고 양념이 강하지 않다. 시래기와 먹었을 때 적당히 칼칼해서 아이들도 먹을 수 있다. 두부조림이 다 되기 전에 먹어버린 두부가 아쉬워 가는 길에 촌두부 한모를 사 왔다. 

‘두향(豆香)’은 콩의 향기를 뜻하는데 국산 콩과 해양심층수로 만든 재래식 손두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효자동 양우아파트 옆길로 나지막한 옛집에 터를 잡고 미식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는 곳이다.

공지로317번길 4,  033-242-7277

 편현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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