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최근 <서울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홍현희의 집을 방문하고 1분간 눈 맞춤을 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그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 미묘한 상황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1946~)의 퍼포먼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가는 여기 있다 Artist Is Present>는 아브라모비치의 2010년 뉴욕 MoMa의 회고전으로, 이 전시에서 그녀는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 텅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말없이 1분간 두 눈을 마주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 이 퍼포먼스를 통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미술관 개관 시간 내내 매일 8시간 동안 3개월 총 736시간 30분, 관객을 마주하였다. 관객의 감정을 투영하고 비춤으로써 작가의 눈을 마주한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고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명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이 퍼포먼스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아브라모비치가 이별한, 작업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울라이(Ulay)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1976년 독일의 예술가 울라이를 만나 10년간 협업한다. 특히 <정지/에너지>(1980)가 대표적인 작업으로 오로지 서로의 몸의 균형에 맡겨 활과 화살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아브라모비치의 심장으로 향해있는 화살이 발사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퍼포먼스로 서로의 완벽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1988년, 만리장성의 양쪽 끝으로부터 90일 동안 걸어온 그들은 마지막 포옹을 하고 헤어진다. 

이후 22년 만에 단 1분간의 퍼포먼스를 통해 헤어진 연인을 만난 아브라모비치는 그동안 유지해오던 냉철함을 무너뜨리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눈물로 떨군다. 그리고 결국 본인의 정한 규칙을 어기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마주 잡는다. 이 영상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졌으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고 재생산되었다. 

퍼포먼스가 미술이라고 한다면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다음의 말을 새겨보았으면 한다. “앞으로 미술은 오브젝트 없는 미술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순수한 에너지의 소통에서 오브젝트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시대에 대중의 관심을 끈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작업이었다. 이 시대에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으로 직시하는 소통, 그 단순한 진실이 아닐까.

정현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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