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시’ 4강, 파리 재건과 인상주의의 새로운 시선
춘천의 낯선 모습 상상하고 새로움 발견하는 감각 모색

“위대한 화가는 내가 보고도 몰랐던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주거나, 내가 알고 있으면서도 주목하지 못했던 풍경을 알려주고 그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는 화가이다.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들이 그린 19세기 파리에서 그런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9일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린,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2 도시전환문화학교-이면도시’ 제4강 도시와 예술, ‘19세기 파리:낯설게 하다, 낯설게 보다’에서 성기현 한림대 철학 전공 및 글로컬융합인문학 조교수가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며 강조한 말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새로운 ‘눈’을 이해하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파리가 그 화려한 모습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면도시’ 4강은 춘천의 낯선 모습을 상상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감각을 모색했다.

파리의 역사는 BC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BC 1세기경부터는 로마의 지배하에 센강 주변으로 성장했다. 파리는 4세기 초반 로마의 통치에서 벗어나며 성장하기 시작했고 중세 초인 서기 987년 ‘카페’ 왕가가 들어서며 프랑스의 수도가 됐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길, 오물과 악취로 가득 찬 더러운 도시. 19세기 초 파리의 모습이다. 산업혁명 시기, 농민들은 붕괴한 농촌을 떠나 살길을 찾아 파리로 몰려왔다. 1801년 55만 명이었던 인구는 1851년 1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급증에 따라 도시 환경은 최악의 상태로 악화했다. 하층민이 사는 뒷골목에서 걸핏하면 전염병이 번져 1832년에는 콜레라가 발생, 시민 2만여 명이 숨졌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에서 파리를 지옥과 매춘의 도시로 묘사했고, 에밀 졸라는 《목로주점》에서 파리 변두리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을 담았다. 분쟁과 폭동 등 사회갈등은 심화 되고 민중들은 바리케이드를 치며 저항했다. 공화정을 원하는 노동자와 하층민의 1832년 6월 봉기를 다룬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도 잘 나타났다.

오스망의 ‘눈’… 파리를 새롭게 만들다

나폴레옹 3세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라는 후광을 업고 1848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1851년 친위 쿠데타로 황제 자리를 차지한 후 새로운 파리 건설에 착수했다. 그는 1853년 파리 지사 자리에 오스망 남작을 임명하고 파리의 도시 개혁을 명했다. 이는 도시 환경 개선과 더불어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파리 개조 사업(1853~1870)을 이끈 오스망의 ‘눈’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봤다. 도시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간과하지 않고 도시 기반 시설부터 도로 체계, 녹지 조성, 미관 관리, 도시 행정 등 중세 도시 파리와는 전혀 다른 근대화된 파리를 창조했다.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대로가 만들어졌고 도로 주위에는 오스망 양식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건물들이 들어섰다. 파리 곳곳에 크고 작은 녹지가 조성되었고 주택과 함께 각종 공공시설과 문화시설이 세워졌다. 특히 길고 거대한 상·하수도 건설은 파리 시민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대개조는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한 최초의 사례이다. 파리는 1900년 만국박람회를 통해 19세기 세계 수도로 자리매김하며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1차 대전 이전의 프랑스 번영기)를 열었다.

인상주의의 ‘눈’…파리를 새롭게 보다

이 무렵 모네·르누아르·피사로·드가 등 일부 화가들은 야외로 나가 변화하는 파리의 모습을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모네의 〈인상:해돋이〉에서 잘 나타나듯, 그들의 그림은 전통적인 회화의 기본적인 구성과 색채가 무시되며, 형태가 불분명하고 붓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등 주류 회화와 거리가 멀었다. 혹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인상주의(impressionism)’라 칭하며 사물의 색과 형태를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기조 아래,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실제 존재하는 사물의 인상을 그렸다. 인상주의와 이전 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무엇을 그리느냐는 객관적 회화에서 어떻게 그리느냐는 주관적 회화로의 일대 전환으로 근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며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렸다. 인상주의자들이 그린 파리는 예술작품이자 기록물로서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됐다.

강의는 시민토론으로 이어졌다. 살고 싶은 춘천을 만들기 위해 ‘어떤 물리적 변화가 필요·가능할까?’, ‘익숙한 춘천을 새롭고 신선하게 발견하는 감각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등을 모색했다. 유지영 시민협의체 봄바람 운영위원은 “아기가 태어나고 집과 생활, 사고방식 등 아기를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기의 입장이 되어보니 도시를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그 시작은 공감이다. 누군가에게 깊이 공감해보자. 장애인·작은 꼬마·노인·임산부 등에게 공감해보자. 공감을 실천하려면 타인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보수적인 춘천은 낯선 시도에 대한 저항이 커서 변화가 느린 것 같다. 행정도 예술도.”, “차를 멈추고 걸어서 출퇴근하는 등 하루라도 일상의 습관을 바꾸면 새로운 게 보이고 그렇게 변화된 시선이 모여 춘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라는 등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한편, 마지막 제5강은 오는 26일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열린숲에서 ‘공존’을 주제로 열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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