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각지대 독거노인을 위한 문화예술향유방안〉
‘미스 럼피우스’팀, ‘그림책으로 떠나는 행복 마실’

강원지역 시민연구자 20개 팀이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에 참여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결과 공유회를 마쳤다. 이에 춘천지역 7개 팀의 연구 결과를 매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떠나는 행복 마실’

독거노인의 삶을 보살펴드리는 맞춤 돌봄 생활지원사 임무를 수행하는 ‘미스 럼피우스’ 팀(우순미·지희숙·홍희영)은 노인들의 문화향유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문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독거노인에 주목했다.

‘그림책으로 떠나는 행복 마실’을 기획·진행한 ‘미스 럼피우스’팀 

‘미스 럼피우스’팀은 “춘천은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독거노인은 문화도시 춘천의 수요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복지시설, 경로당 등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TV 시청만으로 여가를 보낸다. 문화도시사업 중 지역의 예술가와 활동가를 지원해 지역의 문화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사업(‘돌아온 봄’, ‘필요한 학교’ 등)이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활동가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독거노인을 위한 문화예술정책 및 문화행사 참여 기회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 속으로 찾아가는 문화예술프로그램 ‘그림책으로 떠나는 행복 마실’을 기획·진행하며 독거노인의 문화 수요 및 만족도를 조사했다.

근화동 거주 독거노인 6인, 그림책 6권 1:1 진행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문화예술 참여 경험이 없고, 노인 여가시설 및 문화행사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독거노인 중 근화동에 거주하는 6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1:1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여자는 △이○화(92·남) : 허리통증과 두통으로 거동불편, 청각장애, 건강 쇠약으로 외출을 두려워함 △이○예(86·여) : 우울증약 복용, 이웃과 대화 등 교류 없음 △현○자(83·여) : 심장병과 허리통증 등으로 거동불편, 이웃과 교류 없음 △이○화(81·여) : 허리통증과 팔 부상, 풍물시장에서 나물 장사 △임○자(81·여) : 허리와 다리 통증, 문맹, 감정 변화 심함 △이○나(77·여) : 이명으로 인한 정서불안, 문맹 등이다.

프로그램은 올해 2월부터 주 1회, 6회 과정으로 진행됐다. ‘미스 럼피우스’팀은 문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독거노인의 주거공간에 방문하여 그림책을 읽으며 참여자의 삶을 이야기 나누고, 독거노인들은 각 주제와 관련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활동으로 재생산하고 그 결과물의 의미를 연구자와 대화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그림책과 주제는 △《나, 꽃으로 태어났어》(비룡소) : 현재를 지지하고 응원 △《고릴라 할머니》(웅진주니어),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이야기꽃) : 살아온 삶에 대한 응원 △《복 타러 간 총각》(보림) : 살아갈 삶 나누는 복 △《나는 기다립니다》(문학동네) : 맞이할 죽음을 준비 △《여우나무》(봄봄) : 기억될 죽음 등 총 6권, 6가지 주제이다.

‘미스 럼피우스’팀은 “대상자들은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외부활동 및 사회관계 맺음에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TV를 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낼 뿐 특별한 여가활동을 즐기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림책 선정기준은 ‘살아온 삶’, ‘살아갈 삶’, ‘기억될 자신’이라는 주제 아래 1회 성 참여에 끝나지 않고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 문맹자도 스스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며 연구자들이 책을 읽어주며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 등장인물의 삶을 어르신들이 각자의 삶으로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삶의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생애주기 그림책으로 골랐다”라고 말했다.

자존감 향상, 삶에 대한 긍정적 변화

‘미스 럼피우스’팀은 프로그램 진행 전, 진행 중, 그리고 종료 인터뷰와 관찰을 통해 수요 및 만족도를 파악했다. “사전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어르신들의 자아존중감이 낮고 삶에 긍정적인 자세가 미흡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들을 잘 키우고 현재도 노인 일자리로 열심히 살아가시면서도 나이 듦에 불안감을 가지며 빨리 죽기를 기다린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데 심리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인 주거공간에서 1:1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독거노인의 정서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자존감이 낮고 배우지 못함에 부끄러워하며 펜을 잡기도 두려워하던 독거노인들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음에 귀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셨다. 한글을 모르는 자신에게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것도 처음이고 펜과 붓을 잡은 것도 처음이라며 설레는 감정을 표현했다. 작품 속의 삶이 자신의 삶과 같음을 공감하고 자신을 지지하며 격려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자존감이 향상되고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독거노인들은 인터뷰를 통해 “꽃 그림책을 보니 내 삶이 꽃과 같네. 여리게 태어나서 이래저래 좋은 시절 보내고 이 책과 같이 나도 나중에 좋게 마무리 짓겠지. 그래서 꽃이 이렇게 좋은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들을 잘 키울 수 있어서 고생했지만 그게 복이지, 복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살면서 짓는 것이야.”, “나를 기억해 주면 고맙지. 자식들에게 원망스럽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라며 긍정적인 말을 전했다. 

‘미스 럼피우스’팀은 “더 아프기 전에 빨리 죽어야지, 라고 말씀하시던 분들이 프로그램을 거치며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지 생각하고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며 준비할 게 있음을 내비치셨다. 약한 힘으로 펜을 잡고 자서전을 쓰시기도 하셨으며 그림책 감상 후 표현한 작품은 갤러리처럼 방에 전시하셨다. 문화예술 경험과 예술 활동이,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잘 죽고 싶고 죽은 후 오랫동안 기억되길 원한다는 등 자존감 향상에 보탬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정책 제안

‘미스 럼피우스’팀은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위한 ‘1:1 맞춤형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독거노인의 문화 참여 및 체험을 지원하는 문화매개자 양성 △춘천시 및 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 돌봄 확대 △마을 예술가, 마을 활동가가 가가호호(家家戶戶) 찾아가는 문화 돌봄 확대 △생활권 문화공간(빈집활용 거점 공간)을 활용한 어르신 작품 전시 △독거노인 등 문화도시 조성사업 향유 계층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소외됨이 없는 모두를 위한 문화도시 춘천을 위해 관련 기관과 예술가, 활동가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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