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소리] 우정과 서로 돌봄의 연대로 파도에 맞선 ‘사진신부’들 이야기
[Book소리] 우정과 서로 돌봄의 연대로 파도에 맞선 ‘사진신부’들 이야기
  • 박정아(춘사톡톡 모임 회원, 금병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2.07.25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 창작과비평사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남편 될 사람의 사진만 믿고 하와이까지 시집가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대부분 10대, 20대 어린 나이로 이들을 ‘사진 신부’라고 한다. 그녀들과 사진결혼을 하는 사진 속 남자들은 1903년부터 1905년까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노동자로 건너간 대한제국 최초의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신분에 따른 차별, 멸시, 기울어져 가는 조선의 부패, 외세의 침입, 어떻게도 살아내기 힘든 조선 땅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회의 땅 하와이’를 선택했다.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조선인 농업 이주 노동자들과 가정을 이루어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되었던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버들이, 홍주, 송화가 주인공이다. 시집가자마자 어린 남편이 죽고 소박맞은 홍주는 과부 굴레를 벗기 위해 아버지 몰래 사진 신부가 된다. 송화의 할머니는 대여섯 살 아이들에게조차 돌팔매를 당해도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불가촉천민 무당의 삶을 끊어내고 싶어 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송화를 사진 신부로 보낸다. 버들은 하와이에 가면 돈 많은 남편을 만나 공부할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사진 신부가 되기로 한다. 세 여성은 제각기 사연은 달라도 그들의 남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선택지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운 좋게 큰 속임 없이 젊고 지주는 아니지만 소작농의 아들인 남편을 만났지만, 옛 여인을 가슴에 담고 있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버들, 제 나이보다 스무 살 많은 수전노 남편과 살게 된 홍주, 환갑을 눈앞에 둔 남편에게 매 맞고 사는 어여쁜 송화, 세 여성은 이 고통의 삶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버텨 나간다. 아이를 잃은 홍주 입에 밥을 떠먹여 주고, 남편이 죽어 갈 곳이 없는 송화를 집으로 들이고, 독립운동 나선 남편이 이승만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는 이유로 교민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버들의 방어자가 되어주고, 신내림을 받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간 후 송화의 딸을 거두어 함께 키워낸다, 젊은 시절 내내 사탕수수밭의 고통 어린 노동, 식모살이, 세탁소 등 갖은 험한 일과 멸시를 견뎌내며 가정을 지켜 내고 이역만리 하와이에서 뿌리를 내린다. 

그녀들은 서로에게 친정엄마로, 남편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동반자로, 조선에 두고 온 그리운 가족으로, 속마음 들어주는 맏언니로, 그들이 낳은 아들과 딸들에게는 ‘엄마들’이 된다. 조선의 독립에 앞서 나서지는 못하지만, 독립자금에 삼짓돈을 보태는 것으로 독립투사들의 숨은 동지가 되기도 한다. 연대와 우정, 돌봄의 힘이다. 아울러 식민지 조선이 못 해주었던 인간다운 삶, 꿈꾸고 도전하는 삶의 힘을 자식들에게 자산으로 남겨준다. 지금도 여전히 버들, 홍주, 송화의 삶을 사는 이주여성들이 있음은 두말해 무엇할까 싶어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녀들의 자식은 ‘엄마들’이 되어준 홍주, 버들, 송화의 삶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다짐한다. 엄마들의 삶이 파도와 맞서는 삶이었다면 자신은 파도가 되겠다고. 해안에 부딪힌 파도가 사정없이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자신들도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갈 것이라고. 그 힘은 자신을 언제나 반겨 줄 나의 ‘엄마들’ 덕분이라고.

박정아(춘사톡톡 모임 회원, 금병초등학교 교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