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소리’ 최수진 센터장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짧게 부탁드립니다!

경계선지능인중점지원센터 ‘느린소리’ 센터장 최수진입니다.

지난달 13일에 경계선지능인중점지원센터 ‘느린소리’ 개소식이 있었는데 ‘느린소리’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느린소리’ 최수진 센터장

‘느린소리’는 느린학습자라고 불리는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한 지원센터입니다. ‘느린소리’라고 명칭을 정한 건 ‘느린학습자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지은 거예요. 강원도 내에는 느린학습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없고,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도 없다 보니까 이런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느린소리’는 느린학습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위해서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느린학습자는 어떤 친구들을 말하는 건가요?

느린학습자는 IQ 71~84 사이의 지능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 언저리에 있어 복지나 교육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특수교육은 받지 못하고, 일반교육에서도 맞춤형 교육을 받지 못해요. 또, IQ가 90 정도가 되더라도 인지능력인 사회성이 떨어져서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던가, 자립하지 못하는 이들도 통틀어서 느린학습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안 되고, 다각적인 면모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느린학습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언어 등 영유아 발달 과정 사이에 느린 것을 알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있어요. 이 검사를 통해서 경계선지능인인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만약에 10번을 가르쳐서 알아듣는 아이가 있는데 100번을 가르치니까 알지만, 또래보다 느린 경우 한 번쯤 유심히 관찰해보는 게 좋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상담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학업 부진이라던가, 아니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던가, 또래 아이들과 관계 형성이 안 된다던가 등도 포함됩니다. 청년의 경우 자기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취업이 됐을 때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다던가, 한 곳에 한 달 이상 근무하기 힘들다던가,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다던가 등 이런 부분에서도 드러날 수 있어요.

느린학습자와 경계선지능인의 차이가 있나요?

느린학습자 안에는 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선지능인이 들어가 있어요. 또 자폐스펙트럼과 학습부진, 아스퍼거 증후군 등 여러 가지를 통틀어 느린학습자라고 불립니다. 아무래도 지자체나 교육청 차원에서는 느린학습자라고 하면 학업이나 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경계선지능인은 영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 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선으로 분류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느린학습자면 학업에 초점이 맞춰져 교육청에서만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공식적인 문서나 조례 등에서는 대부분 경계선지능인이라는 명칭을 씁니다.

경계선지능인중점지원센터 ‘느린소리’

‘느린소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둘째 아이가 느린학습자, 경계선지능인이에요. 제가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케어하는데 집중을 해야겠다 싶어서 그만뒀습니다. 둘째 아이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찾고, 사람들도 만났는데 실질적으로 강원도 내에서는 이런 걸 해줄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저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만한 곳이 없었고,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서울에 가서 부모모임도 하고, 교육도 받으면서 우리가 사는 지역인 춘천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던 찰나에 춘천사회혁신센터 비영리 스타트업에서 공모사업이 떠서 제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사업을 공모했고, 선정돼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느린학습자인 아동·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불편을 겪고 있나요?

한 사례로 저희 둘째 아이를 얘기하자면, 초등학교 2학년인데 매일 학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해요. 이 나이 때는 물론 대부분 학교 가기를 싫어하죠. 그렇지만 정말 학교 가는 것에 공포심을 느껴요. 지옥으로 보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아이가 몸을 푹 숙이고 학교로 들어가거든요. ‘아이가 왜 저렇게 학교 가기를 싫어할까?’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 공개수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하는 걸 보니까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는 것 같더라고요. ‘40분이 얼마나 아이한테 지옥 같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얘기들을 하고, 다른 아이들은 발표한다고 손을 드는데 발표도 못 하고,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느리다는 것을 알고 배제하는 모습을 보니까 ‘수업시간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느린소리’에 참여하는 느린학습자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받고 있나요?

목요일 저녁에는 뇌체조라고 해서 아이들이 부모님이랑 같이 명상하는 활동을 합니다. 명상과 체조활동을 통해서 뇌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토요 놀이 연극 활동을 통해서는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되고, 연극을 통해서 사회성 훈련, 또래관계 훈련을 해요.

학부모와는 상담을 통해서 어려워하시는 것이든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모임을 하면서 서로의 정보도 공유하고 있어요.

느린학습자를 지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요?

서울이나 경기도 등의 지역에는 조례가 제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정책 지원이 되고, 예산 지원이 되기에 검사비나 프로그램 활동비 등 지원이 돼요.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프로그램 활동 등 스타트업 지원사업이 끝나면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생활을 해야 하는 거에요. 우리 센터에서 인지치료, 가족관계 훈련이나 사회성 훈련, 또래관계 훈련 등의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는데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운영이 되고 있으니까 한계에 부딪히는 거죠. 아니면 학부모님들이 학원처럼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 활동비를 내야 하는데 치료비만으로도 학부모들은 엄청 과중하게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자체에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을 위한 담당 부서가 있고 그에 맞는 예산 편성을 해주고 적절한 정책 수립이 돼서 복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느린학습자에 대한 통계나 실태조사가 되어 있지 않아요. 대략적으로 전체인구의 13.56% 정도니까 ‘한 학급당 3명 정도겠다’ 이렇게 추정을 할 뿐이죠. 실질적으로 강원도, 아니면 춘천이라도 계속 연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유아 발달 검사 안에 경계선지능인을 선별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들어가 있으면 영유아 때부터 우리 아이의 발달 정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센터에 대한 홍보가 돼서 궁금해하는 부분을 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도록 구조화가 되면 좋겠어요. 초중고 때에 학업에만 치중되지 않고, 경계선지능인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생님들도, 또래 아이들도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면서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맞춰갈 수 있는 학교연계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에 대한 지원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치료비 지원이든 바우처 지원이든 가족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경계선지능인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비경계선지능인인 다른 형제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거든요. 그렇기에 가족에 대한 지원이 또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에요.

마지막으로 느린학습자들뿐만 아니라 《춘천사람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에 대해서 예민하게 지켜보고 바라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결코 나쁘지 않다”라고 부모님들께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아이의 느림을 빨리 알수록 조기발견이 되고, 조기개입이 빨리 될수록 아이의 발달 정도는 달라져요. 그래서 예민하게 바라보고 예민하게 반응하시고, 유치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이 “아이가 조금 느린 것 같아요” 등의 얘기를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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