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시’ 5강, 혐오의 일상화 우려하며 공존 모색
도시전환문화학교 도시감각시리즈 첫 순서 성료
“도시 춘천을 입체적으로 감각하며 진솔하게 토론”

“현재와 과거를 돌이켜보면 혐오는 대부분 확증편향에서 비롯된 편견에서 시작→욕설·조소·괴롭힘→정치·경제·사회·고용·주거·교육상의 차별과 분리→협박·폭행·살인·방화·테러 등 폭력행위→집단학살 등으로 나아갔다. 차별은 혐오를 낳고 혐오는 범죄로 이어진다.”

지난달 26일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열린숲에서 진행된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2 도시전환문화학교-이면도시’ 제5강 〈도시와 공존, 도시에서 타자와 함께 살기:소수자, 경계 동물, 혐오〉에서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철학 교수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는 혐오를 우려하며 강조한 말이다.

‘이면도시’ 마지막 제5강이 ‘공존’을 주제로 열렸다.

강연은 타자와 함께 사는 도시 문화의 특성을 알아보고, 소수자인 타자에게 생기는 혐오가 왜 문제인지 이해하고, 혐오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색했다.

익명 사회인 현대도시는 근본적으로 계층·인종·취향·지향이 다른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 고양이, 비둘기 등 경계 동물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생기는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혐오는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이다.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차별한다. 대부분의 인권 문제는 차별에서 비롯된다. 차별은 대부분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다르게 대우해서 생기고, 그 그룹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혐오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급속한 도시화와 경쟁 사회는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의 이웃과 타자로서의 이웃에 경계를 가져오고 갈등을 촉발시켰다. 여성·외국인노동자·동성애자·노인·아기엄마·장애인·캣맘 등 소수자들은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며 나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더럽고 불결한 존재”로, 또 “무능하고 이기적인 존재” 등으로 낙인찍히며 혐오의 대상이 됐다. 

혐오에는 정서적 혐오와 논리적 혐오가 있다. 정서적 혐오는 지역 비하, 남존여비 등 보수적인 윗세대의 밥상머리 또는 무릎팍 교육 등에서 내려오는 혐오이다. 사회에 치명적 해악을 끼치는 것은 논리적 혐오이다. 일베 등 극우 성향의 인터넷커뮤니티에서 근거 없는 논리를 전파하여, ‘○○○은 그런 대우를 받을만하다’라고 조장하는 혐오이다. 널리 확산한 근거 없는 논리로 혐오를 반대할 것 같은 진보적 커뮤니티에서조차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번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한남충·급식충·틀딱충·맘충·흡연충·진지충·인스타충·부먹충·찍먹충 등 혐오의 표현이 밈(meme)이 되어 일상화되고 있는 점이다.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발목 잡는 것은 익명의 군중뿐만이 아니다. ‘차별 금지법’ 국회 통과는 기약이 없다. 물론 학력 등의 차별 금지에 대해 반대해 온 재계가 블라인드 방식 채용 등을 통해 변화의 조짐이 있지만,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독교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혐오에 대응하는 법

공존을 위한 노력으로 최 교수는 혐오 사례를 접할 때 “팩트체크와 논리 체크를 통해서 혐오에 대응하고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혐오받는 집단들이 그러한 특징(높은 범죄율·불결함 등)을 정말 지니고 있는지, 혐오의 근거가 통계적으로 입증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조선족에 범죄자가 많다는 일부의 주장을 팩트체크 해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내국인이 월등하게 높다. 조선족이 범죄자 집단이라는 근거가 없다. 외국인 범죄자 보도와 문제적 여성에 대한 뉴스에 더 주목하며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진 탓이다. 통계적으로 입증 불가능한데 혐오의 특성을 상대방에게 부여해도 되는지 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논리체크를 통해 설령 그러한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집단의 모든 사람이 그런 특징을 갖는지 따져야 한다. 또 한 개인을 특정 집단에 속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맞는지 그로 인해 차별과 혐오의 대접을 받는 게 옳은지 따져야 한다. 가령, 지방대가 정말 실력이 없는가? 실력이 없더라도 이 지원자도 실력이 없는가? 왜 똑같은 개인인데 여성이 잘못을 저지를 때는 집단을 비하하는 특성(김여사)을 부여하고 남성이 잘못할 때는 개인의 잘못으로 보는가? 등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질의응답에서 한 시민이 “하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근거 있는 비판조차, 혐오주의자라는 낙인이 가해지는 것 또한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 최 교수는 “비판과 문제 제기가 집단화되지 않고, 소수자 집단 전체가 그렇다는 식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시민 아고라에서 지은희 시민협의체 봄바람 운영위원은 여성에 가해진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소개하며 “아테네 민주주의부터 오늘날 소위 선진국에서조차 여성은 철저히 차별의 대상이었다. 자유·평등·박애 정신을 담고 있는 프랑스혁명도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격렬하게 투쟁해 온 역사를 소개하며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을 작성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의 불씨가 된 ‘올랭프 드 구주’(1748~1793·프랑스)와 1918년 영국에서 30세 이상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데 밀알이 된 ‘에밀리 데이비슨’(1872~1913·영국) 등을 소개했다. 또 IMF 당시 농협의 여성 노동자 우선 해고,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2016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고발 (2018년) 등을 예로 들며 “공존과 상생을 위해 존재를 인정하고 차별과 혐오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2 도시전환문화학교-이면도시’는 이날 마지막 5강까지 도시 춘천을 새롭게 바라보며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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