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30일 ‘두더지(Do The 知)야, 놀장(場)’
춘천 문화예술교육 총망라, 온 가족 체험·놀이·포럼
생의 감각을 키우는 풀뿌리 문화예술교육 지향

“춘천에 이런 교육프로그램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올해 초 춘천에 이사 왔는데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네요. 앞으로 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눈 반짝 귀 쫑긋 살펴봐야겠어요. 정말 대만족입니다.”

지난달 26일 커먼즈필드 안녕하우스에서 학부모 신지혜 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신 씨는 이날 아들 이락희(봉의초 1) 군과 함께 춘천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도시 춘천 문화예술교육 체험주간 ‘두더지(Do The 知)야, 놀장(場)〉에서 ‘마리오 VS 루이지 물질 물체성의 대모험’, ‘공병의 꿈’, ‘옛날 옛적 내가 어렸을 적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두더지야, 놀장(場)’을 통해 춘천 문화예술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행사는 지난달 25~30일에 춘천예술촌, 커먼즈필드 일대에서 춘천 예술촌 입주작가, 지역 예술인, 시민 활동가들이 기획·제안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도시 춘천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교육의 ‘ㄱ’부터 ‘ㅎ’까지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체험놀이터였다.

‘바로 앎’(Do The 知)을 통한 즐거운 배움 그리고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문화예술로 함께 즐기고 융화되는 놀이의 장소에 초점을 맞추어, 문화 분권 및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흐름 등을 반영하여 문화도시 춘천이 조성해 나가는 문화예술교육의 3가지 방향으로 펼쳐 졌다.

다양성을 존중하다

첫 번째 코스 ‘두더지야 일어나!’(25~26일)에서는 도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싹,아지 성장기’라는 부제 아래 문화 돌봄 활동 ‘필요한 학교’, 문화 다양성 지원사업 ‘돌아온 봄’, 우리 동네의 품격을 높이는 ‘동네지식인’ 등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한 시민 활동가들이 업사이클링, 다문화, 생태, 소통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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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학교’는 지난해 거두리·동면·서면 등 9개 지역의 10개 팀이 참여해 문화예술을 통한 돌봄프로젝트를 펼쳤다. ‘돌아온 봄’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 문화 다양성을 지향하는 교육 콘텐츠 기획개발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개 팀이 참여해 마을·학교·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문화 다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네지식인’은 지난해 총 14명의 동네지식인이 사람·환경·평화·협력 등 세계시민의 품격에 맞는 주제로 마을에서 140여 차례 공론장을 운영했다.

학부모 김나영 씨는 “아이들이 각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 등을 종이카드로 만들며 쉽게 다문화를 이해했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노원희 씨는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 다양성, 자원순환 등의 주제를 놀이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굼터 뽱’의 황석용(36) 씨는 “예술놀이 활동을 통해 다른 나라의 신화와 문화 등을 배우며 어린이들이 다문화와 다문화가정을 잘 이해하고 친구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다. 참여 어린이들도 주변에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송아리교육연구소의 구선희 씨는 “자연물을 활용해 아이들이 마음껏 만다라를 꾸미며 생태 가치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도록 도왔다”라고 말했다. ‘동네지식인’ 정미경 씨가 기획한 ‘우리 동네 팝업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놀이 선생님과 함께 노는 동안 엄마들은 마음 편하게 책과 삶을 이야기하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삶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27일 두 번째 코스 ‘두더지야, 나와봐!’에서는 포럼 〈품격 잇는 문화예술교육 : 교차와 횡단〉이 열렸다.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따른 변화기에 춘천 문화예술교육의 현재를 살펴보고 그 역할과 새로운 방향성을 입체적으로 모색했다.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팬데믹, 양극화, 차별, 혐오 등으로 인해 안전과 돌봄이 화두가 된 시대에 춘천 문화예술교육은 장르 중심의 예술 감상 교육에서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해가는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 생의 감각을 갖춘 시민이 마을의 지속 가능, 다 함께 돌봄, 세대 융합 등 사회문화적 성숙을 이끌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성기현 한림대 철학 및 글로컬융합인문학 전공 교수는 미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볼만한 작품을 제공하는 일은 볼 수 있는 눈을 훈련하는 일과 함께 가야 한다”라며 문화도시 춘천은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여러 물음에 대해, 철학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시민들은 철학이 제공한 답변들을 자기식으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교육이 이뤄지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윤경 춘천연극제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연극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 사례를 소개하며 춘천문화재단과 관련 단체들이 그 역할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은희 마더센터 팀장은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미투운동, N번방 사건 등 차별과 혐오를 진단하고 상생과 공존을 위한 지역의 활동을 소개했다.

놀면서 알게 되는 예술 감각

세 번째 코스 ‘두더지야, 놀장!’(25~30일)은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와 가족들이 예술 감각을 즐겁게 일깨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커먼즈필드 춘천과 춘천예술촌 일대에서 펼쳐졌다. 초등 국어·과학을 예술로 놀이하듯 배우는 ‘1인1예술교육지원사업 어린이통합예술교육’ 체험, 춘천 예술촌 입주작가들과 작업실에서 예술을 체험하는 ‘예술가의 방’, 쉽게 접하는 예술 활동 〈두비와 두잇의 예술감각 찾기〉, 청소년 토크콘서트 〈미(美-ME)완성 콘서트〉,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연 〈두더지 예술 그라운드〉 등이다.

이 안(장학초 2) 어린이는 “학교에서 해보지 못한 거라 정말 재밌어요.” 학부모 안효진 씨는 “그저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놀이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만드는 이런 프로그램이 춘천에 있었는지 몰랐다. 심지어 무료다. 아이도 좋아하는 걸 보니 앞으로는 꼬박꼬박 데리고 와야겠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진영 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오늘도 자리가 없어서 못 온 학부모들이 많다고 하더라. 다만 그늘막 등 폭염 대비가 부족한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예술교실 〈검불덤불 방〉을 마련한 정승혜 춘천 예술촌 입주작가는 “식물의 부산물을 소재로 한 나의 작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아이들도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의 부산물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평소 만져보지 못한 것을 손으로 느끼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춘천문화재단 김희정 사무처장은 “이번 체험주간은 시민들이 예술놀이·체험을 통해 문화예술의 미적·창의적 성취감을 맛보고, 향후 춘천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역할을 공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춘천의 어린이·청소년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건강한 지역 주체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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