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대학생기자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 학과의 입학 정원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약 2천 명가량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대학입시와 각 대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월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각 부처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꾸려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해왔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1년까지 10년간 반도체 인재를 15만 명을 양성한다. 이 중 4만5천 명은 기존 반도체 학과에서 배출하는 인원에 추가로 정원을 확대해 양성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증원 비율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증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사전 수요조사에서 수도권 대학 14곳이 1천266명을, 비수도권 대학 14곳이 611명을 증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이 약 1천300명가량 늘어나는 것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다른 첨단분야에서도 수도권 입학 정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등학생들의 이과 선택과 반도체 계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정책을 펼쳐온 교육부의 방침이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정부는 반년 전까지 줄어드는 학령인구 속에서 대학 정원 감축을 결정했다. 춘천에 소재한 대학을 비롯해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지방대 충원율이 92.3%로 낮아지며 여러 대학은 정원 미달로 인한 정원 축소, 학과 통폐합 등의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증가는 지방대 입학생 감소를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올해 원광대학교에서는 반도체 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신입생 모집 정지를 결정하는 등 지방 사립대 반도체 학과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원을 늘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정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수도권 대학을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련 대학의 양극화, 반도체 계열 수도권 쏠림 현상과 더불어 고등학생들의 이과 계열 쏠림이 발생해 문과 계열의 신입생 충원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대학 정원 증원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없이 역량과 의지를 가진 대학이라면 적극 증원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속히 ‘지방대학 발전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교육부와 대학이 긴밀히 소통하고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통해 지방대학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 기술의 전문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됐다고 하지만 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도체 인력난 해소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인력이 부족하다곤 하나 이는 단순히 학부생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채용해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정도의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발표 외에도 실효성을 갖춘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경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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