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박종일 기자

‘아고라’는 고대 아테네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민들은 아고라에서 마음껏 토론하고 민회와 사교 등 일상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기자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밤 춘천문화재단이 마련한 아카데미 ‘이면 도시’에 참석했다. 아카데미는 5가지 주제의 철학·인문학 강연과 시민토론으로 구성되어 도시 춘천을 새롭게 바라보고 도시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감각을 형성하도록 도왔다. 기자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문화도시 사업 중 도시 춘천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시민이 바라보는 또는 바라는 춘천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각 강연의 키워드를 다시 살펴보면, ‘헤테로토피아’, ‘관용’, ‘중동태적 사유’, ‘새로운 시선’, ‘공존’ 등이다. 우선 도시가 어떻게 생성되고 중세와 근현대를 거치며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권력과 인간의 상상력은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잘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굳이 매주 시간을 내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궁금한 건 강연 후 이어지는 ‘아고라’에서 시민들이 들려줄 춘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였다. 늘 들어온, 자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낭만적 도시라는 뻔한 이야기 말고 시민토론으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까지 포함한 시민들의 진짜 속내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띤 토론은 없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토론이 활발했었다고 반론할 참석자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고층아파트와 레고랜드 등으로 인해 현실의 유토피아적 공간들이 춘천에서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이었다. 이밖에도 일자리가 부족한 도시, 새로운 문화가 늦게 도착하는 지루한 도시, 청년들이 갈 곳 없는 도시, 자기표현을 잘하지 않는 사람들의 도시, 세대 간 교류가 없는 도시 등이다. 마침 취임 한 달 된 육 시장에게 바라는 말들이 나왔다. 육 시장의 시정이 담아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기자는 삐딱한 소수의견, 거친 주장까지도 쏟아져 나오길 바랐다. 기자의 머릿속에는 춘천보다 인구는 훨씬 적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로 인해 세계적인 도시가 된 프랑스 샤를르빌과 칸이 떠올랐다. 그래서 굳이 인구 유입과 기업유치에 목매달지 않고 우리 안의 자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다른 목소리도 기대했었다. 또 레고랜드를 좋아하고 기대한다는 시민들도 여럿 보았기 때문에 “기왕에 지어진 레고랜드를 춘천 성장에 보탬이 되도록 이끌어보자” 같은 목소리도 기대했다. 하지만 토론은 무척 평화롭고 안전하기만 했다. 아마도 처음부터 삐딱한 의견이 없었거나,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끝난 후, 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담당자로부터 도시를 주제로 아카데미가 계속 이어진다는 말을 들어 새로운 기대가 생겼다. 토론은 하다 보면 늘게 되고 자주 만나면 속내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다음 아카데미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래서 담당자님? 다음 아고라는 언제쯤 열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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