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6개월~1년 전, 출근하지 않고 기본 인건비 수령
“혈세 낭비” vs “인사 적체 해소·신규채용 확대”

“공로연수요? 처음 들었어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왜 공무원들만 특별 대우하나요?”,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군인이라면 이해하는데, 공무원이 일반 직장인과 뭐 그리 다르다고 사회적응이 필요하죠?”

명동과 지하상가에서 자영업자, 직장인 등 시민들에게 ‘공무원 공로연수제’에 대해 질문하자, 대부분 모르거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공로연수는 20년 이상 근속한 퇴직 예정 공무원에게 재취업, 사회적응, 노후설계 등의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1993년 도입된 제도로, 공로연수자는 퇴직 6개월~1년 전부터 출근을 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 인건비만 수령한다.

공무원 공로연수에 대해 “혈세 낭비” vs “인사 적체 해소”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공로연수를 두고 ‘일하지 않는 고위공무원에 대해 과도한 세금 지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라는 점에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자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재교육’과 ‘인사 적체 해소’라는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다. 

공로연수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퇴직 6개월 이내의 경우 공로연수가 가능하지만,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1년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다. 강원도를 비롯한 도내 대부분 시·군은 5급 이상의 경우 최장 1년의 연수를 시행 중이다. 이들은 1년간 출근하지 않고 60시간 이상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 이수, 20시간 이상 사회공헌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강원도의 경우 2019년 46명, 2020년 55명, 2021년 52명, 2022년 35명(7월 현재) 총 188명이다. 춘천시는 2019년 37명, 2020년 39명, 2021년 34명, 2022년 33명(7월 현재) 총 143명이다. 개인별로 호봉과 직급 등이 달라 정확한 추산 은 어렵지만, 이 기간 강원도와 춘천시 공로연수자에게 지급된 임금은 각각 약 169억여 원과 약 102억여 원으로 예상된다. 향후 2~3년간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공로연수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다. 지난해 충청남도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로연수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2022년에는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웠었지만, 공무원노조의 거센 저항으로 백지화됐다.

공로연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고위직의 자리가 비지 않아 승진 기회가 제한되어 신규 임용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청년 공무원의 신규채용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공로연수자에게는 각종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이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데 비해 오히려 인건비가 절감되고, 100세 시대에 맞게 제2의 삶을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종진 춘천시청 노조위원장은 “일반기업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적 문제로 삼으려면 삼을 수 있겠으나 공무원사회 특성을 고려하면 필요한 측면도 크다. 공무원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이 직접 적용되지 않아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공무원에게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이 없고, 고용·산재·기초연금이 적용되지 않으며 노동기본권 제약, 영리활동 및 겸직 제한 등 일반 노동자에 비해 많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소득보전 차원에서 공무원사회에서는 필요성을 절감한다. 특히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로연수가 사라진다면 그만큼 청년 공무원의 신규채용 기회도 줄어든다. 전체 공무원의 합의가 없다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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