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강원지부 12일까지 피켓 시위 예정
교육계 “아이들 발달 과정과 맞지 않아”
신경호 도교육감 “숙의 과정 거쳐 결정해야”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러 비판·반발이 거세지자 공론화로 한발 물러섰지만, 교육계에서는 정책 자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1일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사전 브리핑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당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이르면 2025년부터 입학연령을 3개월씩 앞당기기 시작해 4년 뒤인 2029년에는 모든 유아가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장관의 발표 내용은 역대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밀실에서 급조한 것이며 학교 교육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라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교육현장을 하루만 겪어봐도 이 정책이 유아와 초등학생의 발달단계를 도외시한 정책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이에 전교조 강원지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정책의 철회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원지부가 지난 4일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만 5세 취학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어떠한 연구, 토론,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즉흥적으로 발표한 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 미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체계가 유치원에 비해 미흡한 점 △유아는 유치원에서 친구와 놀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해야 할 권리, 국가·사회는 유아에게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이하면서 성장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 의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교육단체와 함께 전 국민을 대상으로 8월 14일까지 초등학교 입학연령 정책 반대 서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일부터 전교조 강원지부에서는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만 5세 취학 정책 즉각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안상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과 김윤덕 전교조 강원지부 유치원위원장은 지난 4일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며 “지난 2일부터 3일째 오전 8시 반부터 9시까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8월 12일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추이를 보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관련해 “뉴스로 접했을 때 너무 황당했다. 학제개편이라는 중요한 논의를 하면서 관련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았다”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아무리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졌다고 하지만, 7세 아이들은 초등학교 교육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워할 것 같다. 현재 어린이집에 있는 7세 아이들의 수업을 지켜보면, 15분에서 20분가량 활동하는데 잘하는 친구들만 앉아있고 나머지 친구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잘 앉아있지 못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40분 수업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앉아있는 것조차 고통이고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기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 중요한 시기이다.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유아들이 시기에 맞지 않는 학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고, 학교생활 부적응 등의 문제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의 입장에서 저출산과 코로나19 시기에 심각한 원아 수 부족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반도 줄어드는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이뤄지면 어린이집의 운영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어린이집이 하나, 둘 문을 닫게 되면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춘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어떠한 준비도 없이, 제도의 개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연령만 낮추게 되면 그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는 교육이 먼저여야 하고, 조기취학을 한다고 해서 학력 격차가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에서도 지난 1일 ‘초등 취학연령 하향 반대’ 공동요구서를 대통령실, 교육부, 국회교육위원회에 전달하고 만 5세 초등 취학 정책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학연령 하향은 우리 아이들이 조기에 공교육 체제에 들어와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며 “열린 자세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관련 학제개편안에 대해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교육부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숙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맞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반드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금 시급한 교육현안은 취학연령 하향 정책보다 교사 정원 확대이다. 교육부가 감축한 강원도의 임용 교원 수를 상향 조정해달라”고 말했다.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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