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이종철 작가 인터뷰

청소년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노동현장이 낯설다. 우리가 시험 기간에 달달 외우는 사회 교과서 속 노동자의 권리는 너무나 당연한 듯하다. 마치 교과서 대로라면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은 모두 안전하고 권리를 보호받으며 일하며, 또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그 외우기 너무나 많던 다양한 제도와 법률로 다시 인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심을 두고 조금만 더 찾아보면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 속 사회가 정말 우리 사회랑 같은 사회를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실제 우리 사회와 교과서 속 사회는 괴리감이 크다.

그런데 이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만화로 그려낸 작가가 있다. 바로 만화 《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다. 이종철 작가는 낮에는 까대기를 하며 일하고 밤에는 만화가를 꿈꾸며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의 삶을 보냈다. 그리고 2019년, 까대기 알바를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만화 <까대기>를 출간하였다. 

만화에는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택배가 발송되어 우리 집 앞까지 오는 과정, 그 과정 속 다양한 사람들의 노동, 그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자들의 대우. 우리가 《까대기》를 읽으며 만날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 7월 유봉여고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 강연에서 이종철 작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까대기》는 작가님에게 자서전 같은 개념이기도 하고, 그 외 여러 맥락을 이유로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처럼 청소년에게 ‘노동’에 대한 교육 목적으로 사용될 줄 알고 계셨나요?

출판사, 편집자도 그렇고 영업부도 그렇고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 아무래도 일터에 현장을 담다 보니 흡연, 음주 장면뿐 아니라 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괜찮을까. 특히나 청소년들이 좋아하려면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좋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걱정을 좀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제 만화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좀 놀랍기도 했죠. 한편으로는 친구들도 택배를 많이 주문하잖아요. 우리 집에도 수시로 택배 기사님이 오는데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내 만화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Q. 작가님을 기계처럼 대했을 때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해요? 

이겨낸다라는 것은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이겨낸다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 월세, 학자금 대출, 휴대폰비를 내야 되고, 계속해서 독촉 전화가 오고, 그러다 보니 ‘뭔가를 극복해야지’라기보다는 좀 많이 아니꼽고 더럽더라도 월급이 나오면 월세는 매울 수 있겠다. 이런 식의 가장 현실적인 생각을 해왔어요. 그러니까 나쁜 국가, 나쁜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청년이라든지, 사람들이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좋아요. 왜냐하면 먹고 사느라 거기에 온 신경을 쓰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Q.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인간이라는 건 결국에는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사색하는 게 진짜 필요해요. 내가 과연 잘살고 있는 게 맞나, 저는 다행히도 까대기 알바를 하면서 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가난한지에 대해서 저는 이제 질문을 추적해서 만화로 이제 쓰는 거고…. 그리고 저는 그 빈곤의 문제가 먼저 이제 해결이 돼야 많은 것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품이 주된 주제는 그런 방향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뭔가 극복했다기보다 여전히 그것 또한 과제로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얘기를 잘하고 있나요.

Q. 저희가 이런 독서 활동을 하면서 택배나 다른 노동에 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청소년들이 어떤 부분에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여러분들이 성인이 되고 이제 알바를 하게 되면은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되게 많을 거예요. 특히, 휴대폰을 통해서 일을 중개 받아서 하는 형태를 플랫폼 노동이라고 해요. 요즘에 대부분의 일들은 뭔가 원청이 직접 고용하는 형태보다는 이렇게 중계를 해서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많은데, 여기서 문제점이 사람이 일을 하다가 다치면 원청에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예요. 택배 노동자들이 왜 가난한가,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과연 안전한가, 그리고 내가 일할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해서 본인들이 한번 질문해봤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또 이것을 제가 만화로 쉽게 쉽게 풀어내면 여러분들에게 미리 세상에 나오기 전에 좀 팁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Q. 저희도 택배 노동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현장에서 노동할 수도 있는데, 아직 청소년인 친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성인이 돼서 일하거나 알바를 하게 되면 불합리한 일을 겪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처럼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에 대해 모르면 침묵하게 돼요. 또, 침묵하면 저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들이 같이 피해를 보더라고요. 스스로 판단했을 때 이 시기에는 문제 제기를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문제 제기를 해라, 그러면 조금씩 바뀌기는 하더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실제로 제가 종범이랑 화장실 청소 거부를 했을 때 지점장이 그러면 화장실 청소 안 시키겠다. 만약에 오전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면 점심값 지원해 주겠다. 이런 등등 여러 가지 제안들을 주더라고요. 그러니까 외면하지 말고 모른 척하지 말고 침묵하지 마라. 그냥 얘기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뭔가 책상에 앉아 자료 조사를 해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기보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현장을 고발해야지가 아니라,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요. 까대기에서 우 아저씨처럼 저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이야기,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획 중인 플랫폼 노동 이야기도 직접 일을 하면서 취재해서 한 2년 뒤 출간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까대기 작가로서 어떤 책임감이 있어요.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우리 2년 뒤에 또 봐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몸도 마음도 파손 주의!!

이종철작가는 까대리를 하며 택배상자에 자주 보았던 문구처럼 미래가 반짝이는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과 행복이라며, "몸도 마음도 파손 주의!!"라는 멘트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서희지 시민기자(청소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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