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소설가 실화 장편 소설 《세 남자의 겨울》
‘외수 형’, 아버지와 보낸 70년대 초 춘천의 한겨울

이병욱 소설가가 춘천을 무대로 한 실화 장편 소설 《세 남자의 겨울》을 펴냈다.

《세 남자의 겨울》은 올해 4월 머나먼 길을 떠난 고(故) 이외수 작가와 함께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1973년에서 1974년으로 넘어가는 춘천의 한겨울에 이병욱 작가와 작가의 아버지 고(故) 이형근 선생 그리고 이외수 작가가 함께 보낸 힘들었던 시절을 담았다.

작가는 병석에 누워있는 ‘외수 형’을 보면서 그 겨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문학청년 시절 이야기를 혼자만의 기억 속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바탕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깊이 박혀있다. 선대가 물려준 거두리 야산까지 헐값에 팔아 김유정 문학촌의 출발인 의암호 변 ‘김유정 문인비’(1968년)를 세우고 《김유정 전집》(현대문학사·1968년)을 펴낸 아버지 덕분에 집안은 곤궁해졌다. ‘외수 형’이 무작정 ‘나’를 찾아온 건, 그런 아버지가 마음을 크게 먹고 차린 연탄직매소마저도 망해서 설상가상의 참담한 처지에 놓여있을 때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세 남자, ‘나’와 ‘외수 형’ 그리고 “김유정 문인비 건립 같은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식구들을 힘들게 만든” 아버지의 얽히고설킨 삶의 한 지점이 ‘웃프게’ 다가온다. 등단 전 ‘외수 형’의 모습에서 인간 이외수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고 1970년대 춘천의 시대상 속에 드러내기 쉽지 않은 ‘나’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마냥 슬프거나 아프지만은 않은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 한다. 

한 남자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 떠났고, 다른 남자는 꿈을 이뤘고, 또 다른 남자는 현실과 타협했지만 꿈을 버리진 않았다. 그 겨울이 지나 2년 후 ‘외수 형’은 중편소설 《훈장》으로 화려하게 등단, ‘이외수 작가’가 됐고, ‘나’는 문학을 떠나 시골 중학교의 국어교사가 됐다. ‘나’는 2004년 봄, ‘소설을 마음껏 써 보고 싶은 갈망’에 교단을 떠났다. 이후 10년간의 고통스러운 창작 끝에 첫 작품집 《숨죽이는 갈대밭》(2016년)을,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2018년)를 출간했다.

《세 남자의 겨울》이 나왔을 때 이순원 김유정문학촌 촌장은 “춘천에서 글 쓰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다 귀하고 소중하지만, 그 가운데 자기가 살아가는 춘천을 배경으로 거대 서사의 작품을 쓰신 이병욱 선생은 춘천시와 시민을 위해서 그 어느 작가보다 귀한 작업을 한 셈이다. 춘천을 소설의 공간적 무대로만이 아니라 이제는 전설이거나 신화와 같은 1970년대 그 시절 추억의 시간까지 함께 소환한 이병욱 작가님께 문단의 후배로서 또 함께 이곳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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