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할 줄 아는 것이 의외로 많이 있다. 컴퓨터도 할 줄 알고, 노래도 할 줄 알고 글도 쓸 줄 안다. 삶을 영위하려면 이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하니까. 간혹 할 줄 아는 것 중에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진중히 발전시키면 그게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할 줄 아는 것과 무언가를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문제는 우리가 살기 위해 하는 일 중에는 돈을 버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이 여기서 출발한다. 누구나 잘 벌고 싶은 것이 돈이지만 누구나 잘할 수는 없다. 소수의 사람이 가수가 되듯이 소수의 사람만이 돈 버는 것을 전문가답게 한다. 통장의 숫자는 많은 것을 가능하도록 또 결정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만 한다. 돈을 벌려면 일단 내가 할 줄 아는 무언가를 돈으로 바꿔주는 행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소득(income)이라고 부른다.

돈을 버는 방법이야 무수히 많이 있겠지만, 소득 행위는 크게 본다면 결국 근로소득, 자본소득 그리고 사업소득 이렇게 세 가지로 귀결이 된다. 이중 가장 보편적이고 많은 이들이 주된 소득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로 근로소득이다. 이걸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안정성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잘 해내면, 노동으로 변신시키면, 그 대가로 내 노동력을 필요로 한 사람에게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다음 많이 하는 방법이 자본소득이다. 신기하게도 돈은 돈을 부른다. 일정량 이상의 돈이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자본을 증식할 수 있다. 그러한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미처럼 번 월급을 쪼개서 적금을 붓거나 주식을 하거나 코인을 한다. 자본소득은 자본을 구매하여 그 자본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르는 이득을 취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이 최고..) 우리가 성실함이라는 덕목으로 포장하여 직장을 지키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내가 모으고 있는 돈이 언젠가 더 커질 것이고 이게 자본소득으로 이어지는 꿈 말이다.

마지막은 사업소득이다. 사업소득은 간단히 말해 영리를 위해서 계산된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사업소득은 앞서 말한 두 가지 소득 방법에 비하여 매우 많은 단점과 단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1인으로 운영되는 카페가 하나 있다고 치자. 내가 소위 사장이라 불리는 사람이지만 사실 노동력을 무한히 제공해야만 하는 위치이다. 장사가 잘될 때는 그 노동력에 비례한 보상을 얻게 된다. 하지만 장사가 안된다면? 꾸준히 들어가는 나의 노동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우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소득 행위이다.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사업소득은 사실 아무나 돈을 벌 수 있는 소득 방법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돈 버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어야만 사업소득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한 번의 기회만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단 하나의 장점인 큰 소득을 얻고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창업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첫 뜻이 어마어마하다. 나라나 왕조 따위를 처음으로 세우는 일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다. 아무리 그 시작이 미약하더라도 하나의 업을 만들어서 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된 결정이다. 그러니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창업이라는 말로 정의 내렸을 것이다. 그게 쉬웠다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했겠지. 음,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창업에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그새 창업이 쉬워진 건가. 창업 지원? 각종 제도적 혜택과 교육? 정부 지원 사업? 조금만 생각해보면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진 것이지, 돈을 잘 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그런 것은 없다. 창업을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함이다. 창업이 쉬워진 것이고, 사업소득이 위험하고 어려운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상은 창업을 권하고 있다. 어쩌다 그 어려운 창업을 권하는 세상이 되었을까?

다들 알고 있는 정답이지만, 더 이상 근로소득으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정년이란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며, 정규직이란 안전장치는 계약직과의 신분적 차별성을 표현하는 단어일 뿐이다. 심지어 노동자를 대변하는 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도 뽑는 무기계약이라는 회색지대도 있다.

젊은 시절 회사에 투자한 시간과 충성심만으로 과거 능력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연봉과 정년을 지켜주는 회사는 이제 더 이상 없다. 그리고 평생 회사를 위해 노력을 하더라도 나의 삶을 노년까지 지켜줄지는 의문이다. 근로소득의 마지막 안전지대는 공무원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결국 돈을 쌓을 수 있는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평생을 노력해야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좁아진 근로소득의 관문이냐, 어렵고 고단한 사업소득의 문턱이냐. 상향 평준화된 난이도에서 선택의 기로에 왔다. 세상에 창업이란 말이 흔해진 이유이다.

김민철(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강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