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미쿡에는 두 명의 유명한 할매가 계시다. 힐러리 클린턴과 낸시 펠로시. 두 분 다 민주당 소속의 할매들이다. 두 분이 절친이라는데 놀랍게도 ‘신냉전주의자’ ‘전쟁광’이라는 수식이 늘 따라붙는다. 지금 대만을 방문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면서 양안 위기를 고조시키는 고도의 도발행위라고, 시진핑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열받게 하는 포석이라고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미쿡 의전서열 3위라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잠깐 들어오는 사이에  ‘하필’ 휴가 중이신 윤석열 대통령께서 그를 패스했다고 욕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대중이나 문재인 정도의 여우 같고 승냥이 같은 외교적 역량이 쌓여있지 않다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낫다. 그게 상책이다. 

거의 초딩 수준의 이해력과 판단 능력을 가진 분께서 워싱턴의 늙은 여우를 감당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전백패다. 괜한 남의 싸움에 끌려들어가 다구리 당하기 딱 알맞다. 나선정벌에 동원되어야 했던 효종의 고뇌를 극복할 만한 지능이 그에게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펠로시 따위 오건말건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시고 배우들을 위로하시는 예술 친화적 대통령 부부, 아름답지 않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치력과 외교력, 감탄스럽지 않은가. 미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친외세 반동들보다 얼마나 국뽕스럽고 신사동 콧대스러운가. 통쾌하기 짝이 없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님과 김건희 박사여사님의 자리가 딱 거기라고 생각한다. 듣보잡 시행사들 코묻은 돈 삥뜯어서 술집과 술집 옮겨다니며 자영업자들과 어려운 국민에게 힘을 주시고 법사님, 도사님, 스승님에게 배운 지혜를 들려주는 자리야말로 지지율 만회의 비단 주머니 원투쓰리라고 나는 믿는다. 

한 번 더 강조하건대, 펠로시 안 만난 건 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벌인 일 가운데 최대 치적이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진심이다. 진심이라고! 시바,


그 사람이 구사하고 수용하는 유머의 수준이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인격의 규모를 가늠한다고 나는 믿는다. ‘풍자와 해학’은 항상 한 몸처럼 붙어다니지만 사실 풍자와 해학은 칼과 방패처럼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늘 함께 다녀야 상호 보완 관계가 성립된다. 

이렇게 말하는데도 지금 즉시 풍자와 해학의 뜻을 검색하지 않는 사람은 일찍이 학구적 자세를 접고 룸살롱 쩍벌적 자세로 고쳐잡은 어떤 분과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 모른다고 나는 또 믿는 거시다. 이걸 또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지가 뭐라고 검색을 하라 마라여? 뭐 이런 분들 꼭 계시다. 진지한 분들은 사실, 약이 없다.

풍자(諷刺)는 “문학 작품 따위에서,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들의 결점,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비판함”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듯이 별로 관대하지 않은 표현법이다. ‘자객’에 붙는 그 찌를 자(刺)가 칼을 번뜩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에 해학(諧謔)은 “세상사나 인간의 결함에 대한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말이나 행동”이라는 풀이에서 보여지듯 시종 좀 웃겨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농담할 해(諧), 농담할 학(謔)이다. 다소 너그럽다.

풍자만 있으면 서늘해지고 해학만 있으면 느슨해진다. 그래서 둘의 효용성을 활용해서 상황에 맞게 대상이나 세태를 어루만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마당극이나 탈춤의 대사들, 판소리 대사들엔 항상 풍자와 해학이 왼발 오른발처럼 따라붙는다. 풍자와 해학은 약자들의 장르인 것이다.

아침부터, 김주대 시인과 나누는 아조 높고도 알흠다운 농담의 경지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이 출현하셨길래 진지하게, 가방 끈 긴 사람답게 한 말씀 디리는 거시다. 진지하고 엄숙하고 근엄한 인간 중에 제대로 뭔가 이룬 놈 본 적 있는가. 나라 팔아먹는 놈들 중에 진지하고 엄숙하고 근엄하지 않은 놈 본 적 있는가. 

진지하면 반칙이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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