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을까?’

의문을 한가득 안고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인간의 삶, 생존,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향하여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말이다.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라는 이 책은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제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을 서두로 과거 청산의 문제를 적시한 제2장 ‘앞으로 가려고 뒤로 본다’ 그리고 가장 마음을 움직인 제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와 제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 편에서는 병폐적인 교육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경쟁과 우열, 승자독식 원리의 현실을 비판하며 자본에 점령당한 대학으로 인해 젊은 세대 보수화가 대학 보수화, 기업화로 인한 필연임을 기술하고 있다. 대학생 김예슬의 ‘자퇴 선언’과 주현우의 ‘고백’ (‘안녕들 하십니까?’의 대자보)은 그들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기 때마다 선봉의 자리에 섰던 집단 지성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학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지성의 전당임을 자처하는 대학에서 ‘파우스트의 거래’로 비유되는 악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책장 속에 묻어 둘 수밖에 없는 나였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와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을 통해 잘못된 정치 지형과 남북 평화 문제와 동북아 정세를 담고 있다. ‘비상’이 ‘일상’이 되면 ‘정상’이 되어 버린다는 글을 읽고 있자니 비대위를 걸핏하면 구성하는 그들이 떠오른다. 정상으로 가고 싶은 열망의 표출일까? 헛웃음으로 책장을 넘기고야 말았다.

저자 김누리는 거짓 시대의 선동가들에게 맞설 무기는 ‘지식’과 ‘사유’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실천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만한 우월함으로 가득 찬 이기적인 일부 엘리트집단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동으로 옮긴다. 능력주의 교육의 결과로 탄생하신 그들은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의 ‘모두’는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모두를 위한 교육’을 위해 독일의 브란트 총리가 도입한 바뵈크 (대학등록금과 생활비지원제도)가 더욱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김누리 교수의 바람대로 인간의 삶과 생존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라이피스트(lifist)를 꿈꾸어 보자. 그리고 실천하자~. 책을 추천해 주신 춘사톡톡의 이원상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안수정 (춘사톡톡 회원)

*춘사톡톡 : 춘천시민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독서모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