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수집 : 아이들의 궁금증을 질문으로 엮어보자〉
서주영 연구자, 지난 2~4월 설문·질문놀이·인터뷰 등
주입식 교육·경직된 교실 개선, 또래 공동체 회복 절실

강원지역 시민연구자 20개 팀이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에 참여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결과 공유회를 마쳤다. 이에 춘천지역 7개 팀의 연구 결과를 매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 등 편하게 ‘질문’하기 어려운 환경

서주영 씨는 연구 취지에 대해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종일 묻지만, 중고생이 되면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논리적으로 질문하지 못해도 따지거나 반항할 때 보면 질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질문은 무엇인지, 반항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질문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라고 밝힌다. 

서주영 씨는 연구를 통해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씨는 지난 2월 28일~3월 29일에 ‘아동·청소년(학생)의 질문 경험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초등3~6학년 38명, 중학생 37명, 홈스쿨링 2명 총 77명(남 39·여 38)과 교사 10명,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실무자 6명, 학부모 7명 총 23명이 설문에 응했다. 

설문에서 학생들은 질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29%, ‘보통이다’ 33%, ‘좋아하지 않는다’ 37%로 나타났다. 학생 35%가 ‘공부가 재미있다’라고 응답, ‘공부가 재미있지 않다’라고 응답한 27%보다 7% 높았다. 학습이해도에서는 55%의 학생이 ‘공부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답했다. ‘보통이다’까지 포함하면 94%가 긍정 응답을 했고 6%만이 ‘그렇지 않다’라는 부정 응답을 했다. 학습성취도에서는 61%가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등 긍정 답변을 했다. 부정적 응답을 한 학생은 7%에 불과했다. 

공부를 재미있어할수록 질문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학생 15명 중 10명인 67%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응답했고 ‘수업시간에 질문한다’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학생의 71%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응답한 학생이었다. 또 ‘수업시간이 아닌 평소에 질문한다’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학생 71%도 ‘공부가 재미있다’고 응답했다. 

설문 조사에서 학생 58%가 현재 교실이나 학습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사 중심의 수동적 학습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암기식 학습유형은 ‘선호한다’ 35%, ‘선호하지 않는다’가 40%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선호하는 학습유형으로 56%의 학생이 체험식 학습유형을 꼽았다. 토론식 학습유형은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이다’가 각각 32%, 36%, 32%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이 토론식 수업을 경험해보지 않았으며, 경험해 본 응답자도 소풍·체험학습 장소나 일정을 위한 의견수렴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이 질문할 때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음도 나타났다. ‘수업시간에 질문한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19%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않는다’ 52%, 반면 ‘수업시간 외에 질문한다’에 ‘그렇다’ 37%, ‘보통이다’ 28%로 나타났다. 이는 주입식 수업과 교실 환경이 질문하는 걸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88%의 학생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응답,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질문의 중요성이나 질문 방법을 배운 경험이 있다’라는 질문에 학생 40%가 ‘경험이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52%, ‘질문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다’ 63% 등 기대감도 나타났다. 학생들은 질문했을 때 ‘지지받고 칭찬받았다’ 60%, ‘충분한 대답을 들었다’ 71%, ‘핀잔을 듣거나 혼난 적 없다’ 66%, ‘주변 사람들이 귀찮아하거나 짜증 내지 않는다’ 69%로 긍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에 대답을 잘 해주는 사람으로 ‘친구’, ‘부모님’, ‘선생님’ 순으로 선택, 정서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질문도 많이 하고 그에 대한 대답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했을 때 경험한 긍정언어로는 ‘좋은 질문이구나’(43명), ‘아, 그게 궁금하구나’(35명), ‘호기심이 많구나’(26명) 등을 꼽았으며, 부정언어로는 ‘나중에 알려줄게’(29명), ‘크면 다 알게 돼’(13명),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해라’(10명) 등을 꼽았다.

서 씨는 “질문의 어려움은 질문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질문에 무관심한 이유로 총 53명의 학생이 ‘질문할 거리가 없다.’ ‘질문하는 것에 아예 관심 없다’, ‘질문하는 게 귀찮다’ 등을 꼽았다. 이는 학생들이 암기식, 주입식 학습에 익숙하여 질문거리를 찾지 못하거나 질문하기를 회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사람이 신경 쓰인다’, ‘쑥스럽다’, ‘잘못 말할까 봐 신경 쓰인다’ 등 교실 환경과 학습 과정, 학급 급우와 교사와의 관계에서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은 교실과 학습환경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기에 우호적·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이 궁금해하는 실제 질문들

서 씨는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평소 궁금해하는 대표적인 질문 총 303개를 수집했다. 수집된 질문들을 영역별로 구분하면 △지식 및 정보 78명 25%(우주는 왜 팽창할까요?, 바다는 왜 시원해요?, 땀은 왜 나요? 등) △학습 동기 및 방법 44명 14%(공부 잘하는 방법이 있나요?, 공부하기 싫을 땐 어떻게 해요? 등) △진로 24명 8%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 48명 16% △외모 및 성격 43명 14% △취미 27명 9% △가족 13명 4% △사회 26명 9% 등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들

질문에 대한 어른들의 고충

연구를 통해 어른들은 아동·청소년의 질문에 대해 △대답 자체에 대한 어려움 △바쁜 일상생활로 인한 신체적·환경적 어려움 △관계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와 병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한 어려움으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려운 것만 물어보니까 대답해 줄 수가 없다”, “알긴 아는데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어렵다”,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솔직히 쓸데없는 질문이 더 많다. 자기랑 놀자고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매일 밤에 들어오면 피곤하고 또 출근하기 바쁘니까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아이일 것만 같았는데 어느 날 훅 들어오는 질문을 들으며 애가 다 컸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황당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사춘기 남학생의 짓궂은 장난을 받아주면 끝이 없다”, “수업시간엔 진도 나가기 바쁘다. 질문이 있는 학생은 교무실로 오라고 하지만 대부분 오지 않는다”, “아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잠깐이고 늘 바쁘고 피곤하다” 등을 호소했다.

질문놀이와 현장관계자 인터뷰

서 씨는 스무고개 등 게임을 활용한 ‘질문놀이 집단’을 운영하여 질문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를 탐구했다. 지난 3월 15일~4월 4일 지역아동센터 세 곳의 초등·중학생 30명이 3개의 집단(집단당 6~13명)으로 나눠 질문하기를 놀이로 경험했다. ‘질문은 재미있다’에 대한 점수가 놀이집단 참여 전 4.6점(10점 만점)에서 참여 후 7.3점으로 증가했다.

이밖에도 서 씨는 지난 4월 4일~22일에 교사, 아동·청소년복지기관 종사자(4명), 아동·청소년 관계기관 실무자(4명), 학부모(2명) 등 10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돌봄 현장에서 학생들의 질문하기 현황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 씨가 초등학생들을 만나 설문조사와 질문수집을 하고 있다.

교실 문화 개선, 공교육 및 교육공동체의 역할 강조

서 씨는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질문했을 때 어른들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받은 등 ‘질문’에 대해 긍정적 경험이 있었고, 암기식 학습보다 체험 및 토론형 학습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질문학습, 토론학습의 토대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아동·청소년의 독서량이 감소하고 있고, 독서량이 적을수록 학습 흥미·이해·성취도가 낮다. 하지만 여전히 학업 관심은 높다”라고 말했다.

서 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역량인 비판적 사고력 향상이라는 교육목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질문과 토론’문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은 발달단계에 따라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질문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질문놀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통합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토론 수업을 위해 무엇보다 경쟁적인 교실 문화가 개선되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생은 교실에서 모든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아무런 위축감이나 부담감, 두려움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교실의 또래 공동체 문화 복원도 중요하다. 또래와의 관계향상 프로그램, 친화력 프로그램, 공동체 체험 활동, 인권 감수성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실의 안전한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존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을 통한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공교육 내에서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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