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 곰팡이와 헤어질 결심
[時評] 곰팡이와 헤어질 결심
  • 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 승인 2022.08.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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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최근 계속 내린 비로 전국은 물바다가 되었다. 그칠 만하면 오고, 지칠 만하면 또 내렸다. 많은 이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오랜 장마의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곰팡이가 찾아왔다. 옷장, 신발장, 화장실 등 집안 곳곳으로 진출했다. 이제 세탁과 청소의 시간이다. 곰팡이에 슬어버린 눅눅한 옷들을 꺼내어 세탁한 후 근처 무인 빨래방 건조기에 넣는다. 다음은 화장실과 방들이다. 락스와 청소솔로 화장실 타일을 박박 문지른다. 바닥난방을 돌려 집안 습기를 잡는다.

청소를 열심히 해도 해결되지 않는 곳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 결로가 생기는 벽은 곰팡이제거제로도, 바닥난방으로도 어림없다. 화장실 문지방, 그리고 거기에 맞닿은 벽은 어떠한 조치를 해도 늘 눅눅하다. 배란다 한쪽 벽면 역시 비가 오면 곰팡이 벽이 된다. 실은 여기에서 생기는 곰팡이가 온 집안 곰팡이의 근원지이다. 곰팡이를 제대로 잡으려면 청소가 아닌 단열구조를 보강하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무너진 단열벽 속에서 꾸준히 피어나는 곰팡이를 보며, 좀 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이 비를 보며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집안 곰팡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기후위기 문제이다.

이전에 없었던 불안정한 기상이변이 탄소 배출량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해보고자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열심히 해보지만, 시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탄소배출을 하는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 절망감이 든다. 마치, ‘너희는 플라스틱 열심히 닦아서 분리배출 해라, 우리는 계속 찍어낼 테니’라며 비웃는 것만 같다. 임직원에게 텀블러 나눠줬다면서 친환경 기업 포장하는 포스코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한 해 7천~8천 톤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3%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100곳) 업체가 내뿜는 양은 무려 87%나 된다. 세계 100대 대기업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정부는 차량 탄소배출에 있어 기름차 대신 전기차가 완벽한 대안이라는 듯 부추기지만 정작 국내 전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소비자로서는 내 차에서 탄소가 안 나올 뿐, 먼 곳에서 큰 손실 봐가며 끌어오는 귀한 전기, 그것도 석탄 태워 만든 전기를 차에 집어넣는 게 영 개운치 않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이 아무리 많아져도 정부와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니 그들을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빌린 집이라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하진 못했지만, 부족한 대로 결로가 있는 곳 중 한 군데에 손을 댔다. 장판과 벽지를 뜯어내고 실내용 페인트를 쓱싹 바르니 한결 낫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분리수거 잘하기, 자전거 타기, 채식 식습관 들이기, 지역 농산물 소비하기 등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 실천은 곰팡이 핀 옷과 방을 세탁하고 청소하듯 그 자체로 필요하고 소중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진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에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곰팡이와 확실하게 헤어지기 위해 청소를 넘어 부실한 벽의 구조를 손보듯 말이다. 곰팡이는 매년 없앨 수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기회가 몇 번 안 남은 것 같다.

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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