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는 한강유역을 차지하고 북진을 하면서 춘천 일원을 영서 지역의 거점 도시로 계획을 하였다.

춘천은 그동안 삼국사기에 우두(牛頭), 수약(首若), 주양(走壤), 오근내(烏根乃)라고도 불리고 가탐(賈耽)의 『고금군국지(古今郡國志)』에는 춘천지역을 “고구려의 동남쪽, 예(濊)의 서쪽으로 옛날 맥(貊)의 땅이라 하였으나 분명하지가 않다”라고 하였다. 한편,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온조왕 13년 “당시 영역 동쪽 끝이 주양에 이르렀다”고 하여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백제의 영토로 편입되었던 것처럼 알려지기도 하였다. 신라본기에는 222년(나해이사금 27)과 300년(기림이사금 3)의 기록에 신라의 영역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기사들은 고고학의 물질자료로 볼 때 신뢰하기 어렵다. 이처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던 춘천지역이 우수(두), 삭주 등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춘천지역은 6세기 중엽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기 이전에는 고구려의 영역이었던 것 같다. 춘천 분지 여러 곳에서 확인되는 고구려계 고분이 이를 증명하여 준다. 이후, 신라는 북한강유역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우수주라는 명칭이 출현한다. 637년(선덕왕 6) 주(州)를 설치하고 군주(軍主)를 파견하였다고 한다. 이 당시는 고구려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군주가 군권과 행정권을 행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2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사에 실린 9주 5소경과 삭주

한때는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됨에 따라 668년(문무왕 8)에 우수주 대신 비열홀주(比列忽州: 지금의 함경남도 안변)를 설치(이 설치 연도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있다.)한다. 군사 거점을 가장 북쪽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후 673년(문무왕 13)에 다시 춘천 일원에 수약주(首若州)를 설치하였다가 757년(경덕왕 16)에는 삭주(朔州)로 개칭하였다.

이 삭주의 치소(治所)가 지금의 춘천 소양로와 근화동 일대인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구)캠프페이지부지와 소양로 일원의 도시재생사업과 도로확장 사업 과정에서 삭주 치소의 베일이 점차 벗겨지고 있다.

춘천 중세도시 일부가 묻혀있는 근화동·소양로 일원

최근, (구)캠프페이지 부지와 소양로 재개발지역 일원에 대한 크고 작은 발굴조사를 통하여 신라~조선시대 건물과 집자리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2021~2022년도에 확인된 소양로 도로확장 구간에서는 신라의 계획 속에서 건설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협소한 폭의 도로확장구간에서 폭 2.2m, 길이 390m의 보도가 확인되었다. 이 보도는 몽골군의 침입으로 춘천 일원이 초토화될 때 파괴된 모습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보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구)캠프페이지부지에서 확인되는 도로 유구와 부속 건물지들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부터 건설된 중세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통일신라시대부터 형성된 도시는 고려시대 중기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주를 제외한 춘천 일원에 형성된 도시의 모습은 왜! 춘천 일원이 강원도의 수부(首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도청 이전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부지를 갑론을박(甲論乙駁)하기 전에 신라통일기부터 형성된 춘천 중세도시의 확인과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춘천 시정부는 개발이 능사가 아닌 강원도 수부도시로서의 자격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에 있다. 과거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

* 9주 5소경도는 1960년대 군사정부에서 주도한 2차 교육과정에서 만든 교과서에 수록된 그림이다. 춘천시는 이 그림보다 구체화 된 연구 성과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심재연(한림대학교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고 문헌

심재연, 2000, 「봉의산성 소고」, 「춘주문화」 제15호, 춘천문화원.

심재연·구문경, 2016, 「춘천 봉의산 고분군」, 「世界史속의 韓國」, 崔夢龍敎授 古稀 論叢.

심재연, 2019, 「봉의산권역 역사문화유산과 춘천이궁의 연관성」, 「강원문화연구」 제39집 , 강원문화연구소

국강고고학연구소, 2021, 「춘천 구 근화동사무소-소양2교 도로확장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전문가 검토회의 자료집」.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