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끌어 발길이 닿은 곳은 한적한 강촌의 길가에 위치한 중국집이었다.

커다란 메뉴판에 별도로 덧대어진 메뉴 두 개가 따로 부착되어있었고 그것들로부터 냉콩국수와 중국냉면이 여름 메뉴임을 알 수 있었다. 일목요연하게 만들어진 획일화된 곳에서 보던 것이 아닌 오래전부터 흔히 봐왔던 정겨운 식당의 메뉴판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간 시간이었는데도 3명, 4명 손님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림잡아 60대가 넘어 보이는 노련함이 묻어있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이 온화한 표정으로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장님이세요? 혹시 몇 년 정도 경력이세요?”라는 갑작스런 질문에 눈으로는 미소를 머금고 한 손에는 깨끗한 행주를 쥐고 건장한 팔뚝으로 그릇을 닦으며 대답을 해 주는 모습에 저분이 이곳의 대가이구나를 직감했다. 일하는 손을 내려놓지 않고 힐끔 쳐다보며 시선을 다시 그릇으로 옮기며 말했다. “60년쯤 되었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시작했으니까 그 정도 세월이 되네요.” 한길만 걸었냐는 질문에 “저는 그냥 외길인생입니다. 이 일만 했어요”라며 국수를 손으로 말아 접시에 정확한 양으로 분배하며 지나온 세월의 숫자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무심히 말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이곳에 정착한 후 손님들이 계속 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상호가 춘천에 여러 개라 체인점이냐는 질문에는 다소 어두운 표정이었다. 체인점도 아니고 이곳만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곳들은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말하고 있는 동안 해물 뚝배기 짬뽕이 나왔다. 숙주와 부추가 마지막에 올려지고 홍합과 긴 새우 그리고 길쭉 넓적하게 썰어진 죽순이 듬뿍 올려진 짬뽕이 뚝배기에 담겨 부글부글 끓으며 나왔고 이어 탕수육이 따라 나왔다.

국물은 한 숟가락 안 떠먹을 수 없는 빨갛고 기름기가 전혀 없이 얼큰해 보이는 짬뽕 국물이었다. 원래 국물을 잘 안 먹는데 이 짬뽕에서 나오는 국물의 카리스마는 내 숟가락을 자연스럽게 먼저 이끌었다. 한술 떠서 입안에 넣었다. 보통의 짬뽕 국물과는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깔끔하고 칼칼하며 인위적으로 맛을 낸 국물이 아닌 요즘 말로 고급지게 매운맛이었다. 국물 세 숟가락을 연거푸 호호 불어가며 먹은 후 홍합과 새우를 한 개씩 먹기 시작했다. 죽순이 아삭해 아래까지 뒤져가며 건져 먹었다. 푸짐한 해물과 죽순 양에 만족스러웠다. 

그 정도 먹고 있으니 따끈한 국수를 말아 따로 나왔다. 아까 보았던 정확하게 분배한 면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다. 남아있는 짬뽕에 국수를 넣어 섞었다. 면이 따뜻해서 국물이 식거나 하지 않았다. 쫄깃한 면발을 야채 한 움큼과 같이 집어 후룩후룩 먹으니 금세 바닥이 나버렸다. 남아있는 국물을 보니 기름기라곤 하나도 없이 빛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음식이 나온 지 조금 지난 터라 뚝배기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의 온도가 되어있어 두 손으로 들고 후후 불어가며 마셨다. 이마에 땀이 맺힌다. 국물을 다 먹고 비워진 그릇을 보니 여름철 보양을 한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탕수육의 맛도 좋았다. 깔끔하게 튀겨진 고기튀김 위에 갈색의 소스가 뿌려 나왔는데 길이가 길쭉길쭉하고 베어먹었을 때 육즙도 가득했고 무엇보다 고기 잡내가 나지 않았다. 역시 고수의 집은 다르구나 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식사를 끝냈다.

도원은 강촌역에서 구곡폭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춘천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지금은 외지에서 많이들 온다고 한다. 60년을 한결같이 음식을 만들어 온 맛있고 정갈한 장인의 음식 맛을 보고 싶다면 이 여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으로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참 맛있는 곳이다.

남산면 강촌로 128

편현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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