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이분께선 뭐든 다 빨개질 수 있다고 믿는 거 같다. 자기도 아무 때나 마시고 빨개지거든… 아오리가 가오리냐? 양념하고 빨개지게? 국민살이 조낸 숨차다. 시바


역사를 단 1분만 읽어도 우리나라가 지금 얼마나 황당한 지경인지 알 수 있다. 

중국 송나라 신종대의 인물 가운데 왕안석이라는 분은 우리에게 흔히 ‘신변법(제치삼사조례사)’이라는 개혁법안을 주창한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진보주의자인 셈이다. 절대다수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법이어서 당연히 귀족과 부유층 등 기득권 계급들의 반발을 샀다.

그때 왕안석을 반대한 학자와 정치인들도 많았다.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이다. 그런데 그 면면을 보면 놀랍다. 전국시대부터 후주까지 1300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 우리에게 <적벽부>와 동파육으로 유명한 소동파(소식), <오대사기>와 <신당서>의 저자 구양수 등 당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자신의 기득권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이념적 근거를 들어 반대했다. 이분들은 그 즉시 옷을 벗고 재야로 나아갔다. 시련을 감수했다.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려면 최소한 스스로 확보한 이념적 토대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역사를 관통하는 신념 위에서 지키고 가꿔야 할 가치를 증명하고 주장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보수주의의 실상은 어떠한가.

일본을 추종하고 미국을 추앙하는 종외세 수구 부패 기득권자들이 국민을 속여가며 더 큰 사익을 추구하는 각축장, 멸공과 반공을 외치는 악다구니들의 부흥회장, 양대가리 개대가리들의 사육장, 맹목적 돌대가리들의 유흥회장…

거기에 무슨 철학이 있고 이념이 있어서 보수를 자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격을 망가뜨리며 나라의 재산을 팔아먹으며 하루하루 이전투구의 천박성만 드러내는 자들에게 어디 한끝인들 보수의 품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황제를 풍자하는 시를 썼다가 사형 직전에 몰렸던 ‘보수주의자’ 소동파는 이렇게 읊었다. 

一爲居所移 苦樂永相忘

한 번 이곳(궁중)으로 사는 곳을 옮기니

백성의 고락과는 멀어져 잊어버리네

願言均此施 淸陰分四方

원컨대 궁중의 복락을 고루 베풀어

맑은 그늘이 사방 백성들에게도 나누어지기를

류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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