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잇슈 : 단절된 동네를 이어주는 도시공간 찾기〉
‘소양하다’, 효자2동 주민 공간인지mapping 작업
지난 2~4월 설문조사, 지도 그리기, 심층인터뷰 등

강원지역 시민연구자 20개 팀이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에 참여,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 공유회를 마쳤다. 춘천지역 7개 팀의 연구 결과 중 마지막 연구를 소개한다.

효자2동에 다시 활기를

원도심은 과거 도시의 생산과 서비스, 사회·경제적 우세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이에 ‘소양하다’ 팀(윤현·윤한)은 원도심이 생명력을 가지고 자생하기 위해서는 “원도심이 가진 장소의 개성과 특징, 지역주민의 정주 욕구 및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 발굴, 원도심 이용자들의 공간인지(도로·교통·구획 등) 등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공간 인지란 공간의 구조·실체·관계 등에 관한 지식으로서 개인의 사고 속에서 공간이 재구성되어 공간에 대해 내면화된 생각을 말한다.

효자2동 주민들이 함께 그린 마을 지도     사진 제공=소양하다

연구자들은 효자2동에 주목하며 “효자2동은 단위면적 대비 많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거주하며 정주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주민들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이에 효자2동을 대상으로 하여 지역주민이 인지하고 있는 공간 인지도를 분석하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킬 토대를 마련하고자 연구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연구는 지난 2~5월에 문헌 조사 및 연구설계, 설문 조사, 연구분석 및 공동지도 그리기, 심층 인터뷰, 지도제작 등으로 진행됐다. 설문에는 8~13세 6명, 20~30대 21명, 40~50대 7명, 60대 이상 6명 등 남성 19명, 여성 21명 총 4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초등생·대학생·가정주부·자영업자·직장인·취업준비생 등이며 이들의 거주 기간은 최소 3개월부터 최대 60년으로 다양하다.

연령별 설문과 지도 그리기로 나타난 효자2동

응답자들은 효자2동 하면 떠오르는 공간 요소로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 ‘빨간 벽돌’, ‘방치된 자전거’ 등을 꼽아, 오래된 동네라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주민들의 커뮤니티 활동 욕구가 높아서, 노래·악기·운동 등 특정 취미 활동을 통해 교류하는 커뮤니티와 독서·사진·공부 등 특정 공간에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희망했다. 특히 효자2동의 부정적인 요소로 ‘어두운 골목길’과 도로 중심을 지적하며 가로등 및 방범용 안내 조명(효자동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요소)과 꽃길이 조성된 산책코스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어린이들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도로, 신호등, 보행자 등 학교와 관련된 요소들을 그림에 표현했으며 동네 랜드마크로는 효제초등학교를 꼽았다. 특히 길고양이를 그린 점이 독특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공간은 학교 근처의 학원으로 나타났으며, 효자2동에 대해 ‘좋은 동네’, ‘행복한 동네’, ‘어디든 다 갈 수 있다’ 등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긍정적 인식이 나타났다.

20~30대 대학생, 졸업생, 취준생 응답자의 경우 대부분 학업 및 취업과 관련된 동네 인지가 나타났으며, 거주 기간이 짧아도 효자2동의 건물이나 길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랜드마크로는 강원대·효제초·카페·주민센터·식당 등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들이 몰려 있는 곳과 통로, 결절점(結節點 : 여러 가지 기능이 집중되는 접촉 지점)이 매우 구체적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길고양이의 표현과 어느 공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지, 고양이의 색깔은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효자2동의 경계가 어디부터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생과 취준생들은 효자2동을 ‘자취방 근처 동네’, ‘대학 생활 공간’, ‘앞마당’, ‘제2의 고향’ 등 친근한 공간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공부를 위해 학교 및 자취방 근처 카페에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독서·운동·코인노래방·사진 촬영 등 직접 만나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선호했다.

직장인들의 경우 자주 방문하는 직장 근처의 공간 위주로 인지했다. 랜드마크로는 직장·강원대·효제초·편의점·식당 등을 꼽았고 빌라구역이 주로 표현됐다. 그리고 직장과 집을 도보로 오가는 직장인의 경우, 어두운 골목길과 공원,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버스정류장 등 다른 직장인 응답자들에 비해 다양한 인지표현이 나타났다. 통로와 결절점은 구체적으로 표현했지만, 효자2동의 정확한 경계는 잘 인지하지 못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공간은 카페,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의 경우 점심거리 및 잡화구매를 위해, 카페는 점심시간의 휴식·회의·퇴근 후 독서를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효자2동을 ‘아직은 어색하지만 친해져야 하는 동네’, ‘직장이 있는 동네’, ‘오래된 주거단지’ 등으로 인식했다. 직장인들은 밴드·운동 등 퇴근 후 함께할 수 있는 대면 커뮤니티를 주로 원했다.

최소 10년 이상 거주해온 주민은 대부분 집 근처에서 자주 가는 공간을 인지했다. 주택가와 통로, 결절점 등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효자2동의 정확한 경계를 잘 알지 못하는 등 대학생과 취준생 등과 비교하면 인지 요소들이 한정적이었다. 이는 동네를 인지하는 것이 꼭 거주 기간과 비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랜드마크로는 동사무소, 효제초, 세탁소, 미용실 등 쉽게 방문하고 이용하는 공간들을 꼽았다. 

원하는 커뮤니티로는 전업주부들의 취미 모임, 동네 쓰레기를 줍는 모임 등 지역이 어울리는 커뮤니티 등을 꼽았다.

노년층이 그린 지도 분석 결과, 특정 나무·향기·풍경 등 효자2동은 어린 시절 추억과 삶의 한 부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랜 기간 거주했음에도 공간 인지는 가장 적었으며 잘 알고 있는 공간도 지도로 표현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집 근처 공간들을 인지했다. 또 공동체 모임보다는 예전의 추억과 정을 그리워했다.

공동지도 그리기와 심층 인터뷰

연구자들은 지난 4월 대학생·취준생·직장인 중 표본 대표자를 선발해 공동지도 그리기 작업을 진행했다. 다 같이 모여서 지도를 그린 결과, 연령대별로 지도 그리기 및 설문을 진행했을 때 보다 더 효자2동이 폭넓게 드러났다. 랜드마크로는 학교(강원대·춘천교대부설초·효제초·봄내중)를 많이 꼽았고, 여러 공간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기억해 냈으며 표본 대표자들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공간이 지도에 표현됐다. 특히 동네를 오가며 본 적이 있거나 들어봤던 가게의 이름까지도 구체적으로 표현했으며 길고양이·어린이 보호구역·신호등·주택가·원룸촌 등 세세하게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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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하다 팀의 윤한(왼쪽), 윤현,

심층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효자2동 거주 이유로, 학교와 가까워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던 동네이기 때문에, 직장과 가까워서 등을 꼽았다. 동네의 특징으로 낮은 건물, 빨간 벽돌, 금이 간 담장, 녹슨 대문, 골목 주차, 길고양이, 이름 모를 꽃 등을 떠올렸다. 효자2동에 필요한 공간으로는 작은 규모의 공원, 산책코스(반려견 산책코스 포함), 주민 커뮤니티 공간, 취미 생활 공간,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원했다. 단절된 동네를 밝히는 방법으로 감성 골목길(벽화, 화단), 벤치와 정자, 특화된 상권(커피거리·패션거리·공방거리), 가로등 설치, 바닥을 비추는 LED 안전 문구 설치, 귀갓길 안심서비스 등을 꼽았다.

카페를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연구자들은 “효자2동 주민들은 소통 공간 부족. 공원 및 산책코스 부재, 취미 생활 커뮤니티 프로그램 부족을 아쉬워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휴먼웨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이 필요하다. 휴먼웨어로 주민이 직접 주도하고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로 장소성과 취향에 기반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산책코스 개발, 다양한 캠페인 운영을 하드웨어로는 문턱 낮은 공간 개발 및 활용, 공원 및 쉼터 조성 등이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휴먼웨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모두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데,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하는 카페 기능을 확장하여 주민들의 휴식 및 취미 공간이자 효자2동 방문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인근 학교 학생들, 외국인, 어린이, 노년층들이 서로 교류하고, 동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소통창구로 기능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단절된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대표적인 원도심인 효자2동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구글지도로 본 효자2동    출처=구글지도

효자2동 지도 곳곳에 비치, 교육·연구 자료로 활용

연구자들은 “연구 진행 과정에서 현재 효자2동과 관련된 지도가 현저히 부족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연령층이 작성한 지도와 공동지도 등을 효자2동 행정복지센터, 카페 ‘소양하다’, 춘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벨몽드마트, 효제초, 강원대 등에 비치하여 효자2동에 새로 거주하는 대학생 및 직장인, 이사를 오는 주민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되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효제초 어린이 방과 후 수업과 지역학 수업에 본 연구진이 강사로 나서 어린이들과 함께 ‘효자2동 알기’, ‘우리 동네 자랑하기’ 등의 활동으로 동네에 관심과 사랑을 높이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춘천사회혁신센터, 춘천마을자치지원센터,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 강원도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지역 연구를 위한 아카이빙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각 지도는 소장가치가 있는 엽서나 카탈로그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며, 외국어를 병기하여 외국인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념품으로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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