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수(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마을지원관)

‘우리 마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요?’ 

저는 경비원, 환경미화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마을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고 어렸을 적부터 생각해왔습니다. 작년 무렵부터 마을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주민을 위해 종사하는 행정 공무원, 마을 곳곳의 일들을 챙기는 이·통장, 다양한 단체에 속한 봉사단과 단체원, 그리고 마을의 문제를 직접 찾고 해결하는 주민자치회 위원, 마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 등등 다양한 주체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주체가 한 마을(읍·면·동)에 있고, 큰 틀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주체들은 자신과 다른 주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서로 부족한 영역을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로만 여긴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과 의견이 달라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함께 하기를 피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공존하며 조금씩의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함께 일하기 조금은 부담스러운 주체자들과 우리는 어떻게 더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먼저는 각자가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가리고 각각 다른 위치에서 커다란 코끼리를 만진 다음,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미끄럽고, 부드럽다고 할 것입니다. 반대로 코끼리 몸통을 만진 사람은 벽돌이라 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행정 공무원과 주민들 각각의 위치와 시선은 다릅니다. 따라서 두 주체가 틀리거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 옳고, 그저 다를 뿐입니다. 각자 각자가 다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통(通)해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답답하고, 소통하는 기분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각각 마다 익숙한 문화와 배경이 있어 같은 말을 해도 다른 의미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을 위해 일하는 행정 공무원의 익숙한 행정 용어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각자의 언어가 다릅니다. 마을의 다른 주체에게 자기 말을 효과적으로 전하려면 ‘번역이나 통역’이 필요합니다. 조금은 어려운 행정 용어를 주민들이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주고, 주민들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문서에는 필요한 행정 용어를 사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번역가와 통역사가 존재합니다. 한 사례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최가 주목받았던 것은 현지인에게 효과적으로 언어를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을에도 이와 같은 ‘번역가, 통역사’가 필요합니다. 주체들 사이사이에서 그들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이야기를 전해줄 중간 전달자가 필요합니다. 이들이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마을의 자원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 주체들의 노력이 조금씩 필요합니다. 행정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마을의 일을 위해 정해진 틀이 아닌 그들의 방식으로 일을 진행할 때,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른 주체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그릇을 확장해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욱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게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준다면 좋을 것입니다. 

한 마을에도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남’이라고 여기고, 편 가르기가 너무도 쉽게 일어납니다.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해 경쟁을 붙여 더욱더 사람들을 고립되게 만드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나무가 땅의 속박을 벗어나는 건 자유가 아닌 죽음이듯 진정한 자유란 “함께하는 혼자”로 숲속에 선 푸른 나무다’라는 박노해의 시와 같이 함께하는 혼자로 존재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다른 존재를 빠르게 해석하지 않고, 넉넉하게 관찰하며 귀를 기울인다면 어떨까? 마을에 함께 있는 이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고, 함께 일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 것이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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