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서(소설가) 

전세금이 2년 사이 이천만 원이나 올랐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작은 논술학원을 인수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어 넣은 지 일 년도 채 안 되어, 자리가 잡히기 전이었다.

내가 춘천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을 때, 오빠는 지인의 집을 추천해 주었다. 오빠는 최고급 벽지와 바닥재를 설치해 주었고, 집주인은 이에 화답하듯 최신식 도어 록과 에어컨을 설치해 주었다. 나는 그저 둘의 우정을 구경하며 그 혜택을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가로거치는 것 하나 없이 석사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였다. 

보름달이 뜨면 어찌나 가깝게 보이던지 꼭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7년을 사는 동안 집 주인이 바뀌었고, 그럼에도 전세금의 시세는 변동이 없어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내왔다. 

막막했다. 춘천은 본래 안개로 유명하지만, 그 해는 유독 안개가 짙었다. 얼마나 짙었던지 내려다보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아래에 있는 모든 걸 가린 대신에 목화솜처럼 부드럽게 느껴져 뛰어내린다고 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전망 좋던 고층 아파트는 이제 내게 투신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었다. 

이사하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며칠 후, 어느 부부가 집을 보러 왔다. 

“여보, 나 이 집이 마음에 들어.”

아내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남편이 하던 일이 잘못되어 서울 35평 자가를 보유했던 그들은 춘천의 24평 전세로 오게 되는 처지였다. 

살짝살짝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IMF 이후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나자빠지고 있었다.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부부의 모습이 부러웠다. 설마 망한 게 부러웠을까. 망하고도 내게 없는 이천만 원이 있다는 게 부러웠을까. 

큰 시련을 겪는 중이면서도 다정하게 오고가는 그들의 부부애가 부러웠던 거다. 우리 여기서 다시 일어나자고 ‘으싸으싸’를 외치는 것만 같은 그들의 대화가 부러웠던 거다. 

그 후로 춘천의 집값은 계속 올랐고, 그들이 돌아가려던 서울은 말할 것도 없는데, 부부는 그들 앞에 닥친 시련을 이겨내고 여전히 화목하게 살고 있을까. 이사를 나가고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사이사이 마주했을 뿐인데, 이삿짐을 쌀 때마다 그 부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심현서(소설가)

키워드
#춘천집값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