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기자

소녀상 옆에 빈 의자가 왜 있는지 아는가.

소녀상 옆에 있는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이자, 지금 우리가 소녀와 함께 앉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빈 의자의 의미에 대해 “할머니들이, 소녀들이 만들어 놓은 빈자리, 할머니와 소녀의 심장을 느끼며 바라보아야 하는 곳, 할머니가 앉았던 곳, 그리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빈자리, 우리 아이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앉아야 하는 약속의 자리, 그 자리는 그런 빈자리이다”라고 말했다.

‘빈 의자’ 외에도 소녀상에는 여러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소녀상의 ‘얼굴’, ‘꽉 쥔 주먹’, ‘맨발과 발꿈치가 들려 있는 모습’, ‘할머니 형상의 그림자’, ‘어깨 위의 작은 새’,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 등이 그렇다.

지난 18일 춘천여고 소녀상 앞에서는 2022 춘천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 ‘잊힐 수 없는 진실의 날갯짓, 그리고 봄’이 열렸으며, 이날 행사에서는 소녀상 포토존, N행시뿐만 아니라 소녀상의 각 부분에 대한 의미 매칭 퀴즈도 진행됐다. 

소녀상의 ‘얼굴’은 ‘일본군의 범죄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지만, 두려움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나타낸다. ‘꽉 쥔 주먹’은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소녀의 ‘맨발과 발꿈치가 들려 있는 모습’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신발을 빼앗김, 고향에 돌아와서도 편히 정착하지 못한 할머니들의 설움’을 나타낸다. ‘할머니 형상의 그림자’는 ‘오랜 시간 풀리지 않는 한과 가슴앓이’를, ‘어깨 위의 작은 새’는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자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과 현재의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은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된 것’을 상징한다.

소녀상의 소녀는 불규칙하게 잘린 단발머리로 의자 위에 손을 꽉 쥔 채, 발꿈치를 살짝 든 맨발로 앉아 있다. 소녀의 왼쪽 어깨에는 새가 앉아 있고, 소녀상이 있는 바닥에는 할머니 모습의 그림자가 있다. 소녀상 옆에 빈 의자도 놓여 있다.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의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세운 동상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1992년 1월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유린당한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고자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가 시작됐다. 2011년 12월 14일, 1000회를 맞는 수요시위에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피해자들의 뜻을 이어받고자 ‘평화비’를 세웠다. 이 평화비는 일제강점기에 납치된 당시 어린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해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불린다. 이후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시민단체, 지자체의 뜻이 모여 국내 곳곳에 세워졌고, 해외에도 하나둘 건립되고 있다. 지난 7월 8일에는 독일 카셀대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이 영구적으로 설치됐다. 강원도에 소녀상이 건립된 지역은 춘천의 춘천여고와 공지천, 원주, 강릉, 속초, 태백, 횡성 등 총 7곳이다.

“할머니가 앉았던 곳, 그리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빈자리,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앉아야 하는 약속의 자리, 소녀상 옆 빈 의자, 평화의 소녀상 의미를 생각하며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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