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 이명애
한 줌의 모래 / 시빌 들라크루아 

마스크를 쓰고 맞이하는 폭염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 더위 때문인지 연초에 화르르 타오르던 에너지가 어느새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림책 《휴가》(이명애/키다리)에 지쳐 보이는 소녀가 등장한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새파란 얼굴을 한 소녀를 태운 기차가 노란빛 터널에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차역에는 이제 막 도착한 여행자들과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자들이 뒤섞여 있다. 그들은 그림자 색마저도 파랑과 노랑으로 대비된다. 지친 소녀가 휴가를 만끽하며 서서히 노랑색 에너지를 채워나간다.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책의 배경이 된 삼척의 갈남마을로 휴가를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는 어릴 때 바다나 물이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났으며, 햇빛을 가득 받으며 내 몸보다 커진 그림자를 통해 어른이 된 듯한 충만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휴가지에서의 기억은, 따뜻한 곳으로 가면 에너지가 채워질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소진된 주인공은 휴가지에서 회복을 통해 노란빛으로 온몸을 채우는 모양이다. 

《한 줌의 모래》(시빌 들라크루아/북스토리아이)에서도 노랑색이 즐거웠던 휴가의 추억으로 표현된다.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을 한 줌의 모래로 표현했는데, 《휴가》가 어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면, 《한 줌의 모래》는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휴가를 다녀오는 모두가 노란빛을 온몸에 채우고 남은 한 해를 살아낼 에너지를 가득 충전해 오길 바란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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