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센트럴타워 ‘모다아울렛’ 영업 시작
동종업종 상인회들 “전통시장만 보호하는 상생안”
시, 합의안 공개 거부 “상생안 실천 지속 점검하겠다”

지난 2일 온의동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이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다. 

당초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의 사업 주체인 ㈜모다이노칩(대표 정태형)이 시의 행정절차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26일 문을 열 것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가 오픈 연기를 알리는 등 한차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개장일 이른 아침부터 오픈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150m가량 길게 줄을 서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영업을 시작한 온의동 ‘모다아울렛’의 오픈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오픈이 한 주 늦어진 이유는 춘천시가 업체 측에서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 등 등록서류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서류를 검토한 후 지난 1일 시는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증을 교부했다.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은 지하 1층~지상 2층, 점포수 220개, 주차대수 655대 규모로서 1층 패션·헬스, 2층 패션&뷰티·F&B·라이프스타일, 3층 패션·F&B·메디컬·에듀 등이 들어선다. 프리미엄몰의 상당수 매장은 준비가 덜 되어 영업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많은 관심이 쏠렸던 ‘모다아울렛’은 정상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웃렛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최근 명동상점가 상인회와 명동 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들이 관련 부서와 육 시장을 방문, 지역협력계획안에 상인회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밀실 행정이라며 강력항의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춘천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대규모 점포 대표 2명, 중소유통기업 관계자 2명, 소비자연맹 관계자 1명, 농업경영인 1명, 유통업 관련 전문가 1명, 부시장, 경제재정 국장 등 총 9명)는 제3차 회의를 개최, ㈜모다이노칩이 제출한 상권 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개설 등록 신청을 한 지 약 6개월 만에 상생 협의를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전통상업 보존구역 내 4개 전통시장과 ㈜모다이노칩이 상생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등 지역상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아웃렛 입점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명동상점가, 명동 지하상가, 석사동 로데오 상가, 후평동 은하수 거리 상가 등 동종업종 상가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규모 점포가 입점하기 위해서는 시 조례에 따라 반경 1km 이내 전통시장과 상생 협약을 맺어야 한다. 이에 ㈜모다이노칩은 지난달 18일 프리미엄몰 인근 1km 내 4개 전통시장(남부·중앙·제일·풍물시장) 상인회와 상생 협약서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4곳에 상생발전기금 5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 외에 모다이노칩과 전통시장 간의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춘천시 사회적 경제과는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특정 기업의 정보가 들어있기에 공개할 수 없다”라며 “사회적 책임,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기여, 중소상인 상생 협력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라고 말했다.

명동을 비롯한 동종업종의 상인들은 현실적인 상생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밀실 행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표하고 있다. 박병선 명동상점가 상인회 사무국장은 “아웃렛 개장으로 동종업종의 상가들이 침체해 빠질 것이 명확하다. 명동 상점가, 지하상가, 로데오 상가, 은하수 거리 등은 상점가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재래시장과 다를 게 없다. 벌써 아웃렛으로 매장을 옮길까 고민하는 브랜드 매장이 나오고 있다. 상가가 공동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또 특정 브랜드의 본사가 아웃렛에 매장을 낼 경우, 기존 상가의 동일 브랜드 점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웃렛 입점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영업비용이 상승해서 수익이 줄 게 뻔하다. 유통발전협의회 협의 과정에서 전통시장의 입장만 고려했다. 상생방안에 상가들의 입장도 반영할 것처럼 하다가 1km 내 전통시장 4곳만 서둘러 합의를 했다. 뒤통수 맞은 격이다”라고 말했다.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 오픈에 대해 시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김윤미(35·후평동) 씨는 “솔직히 반긴다. 쇼핑하러 수도권으로 종종 다녔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대규모 점포가 생겨 반갑다. 물론 기존 소상공인들과의 상생도 중요한 건 맞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동안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얼마나 많이 이해해줬나? 하지만 그들의 서비스가 나아진 건 별로 없다. 물론 프리미엄몰이 잘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은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오픈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에 나온 장 씨(30·강남동)는 “생각보다 작고 모든 점포가 영업을 시작한 게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일단 구색은 갖춘 것 같다. 종종 올 생각이다”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가정주부 최선미(55·온의동) 씨와 일행은 “주민들 상당수가 프리미엄몰이 잘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춘천의 인구대비 점포가 너무 많다. 제 살 깎아 먹는 거 아닌지 염려스럽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시는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을 개장 6개월 후부터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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