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춘천국제인형극학교, 결국 무산
아시아 최초 춘천국제인형극학교, 결국 무산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2.09.05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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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도시 이미지·행정 신뢰도 하락
조례 다듬어 10월 임시회 재상정 예정
가결될 경우 학교 대신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

이재수 전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춘천국제인형극학교가 무산됐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는, 춘천시가 설립하고 춘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아, 국내외 인형극 전문가들을 초빙, 시범적으로 올해 가을학기와 내년 봄학기 과정을 운영하고 내년 9월부터는 2년 과정의 정규학교를 정식 운영할 예정이었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의 특수상황지역개발 신규사업으로 선정, 청년창업지원센터 조성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2020년 행안부의 대체사업 협의 과정에서 인형극특화창업지원센터로 변경, 춘천국제인형극학교 설립을 목표로 펼쳐져 왔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로 쓰일 예정이었던 춘천시청소년여행의 집 리모델링 공사가 아직 진행중이다.

하지만 앞서 《춘천사람들》 333호에서 알려진 것처럼, 제319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인형극특화 창업지원센터(춘천국제인형극학교) 운영을 위한 ‘춘천시 문화시설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안이 부결됐다. 시의회는 개정안에 대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특정 인력 배출을 위한 학교로 쓰일 수 없으며 해마다 19억 원 이상의 과도한 운영비가 들어가는 등을 이유로 들며, 별도 관리 운영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부결 이후 시와 춘천국제인형극학교 운영본부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지만, 시의원들은 인형극학교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운영조례 등 절차적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결국, 연내 개교와 시범 운영을 위한 근거가 없어 당초 목표했던 개교일인 지난 8월 25일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연내 개교 무산 및 시범 과정 운영을 취소한 것이다. 

시는 춘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인형극특화창업지원센터 운영지원 조례안을 10월 임시회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교육프로그램 성격으로 2024년까지 2년간 시범 교육을 진행하고, 관련 성과에 따라 개교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된 교육생들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김영란(예술강사·49) 씨는 “가을학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 개교에 맞춰 생업을 모두 정리했는데 모든 게 틀어졌다. 명성 높은 교수진과 다양한 예술인들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내년 아카데미 우선 교육 기회가 주어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수강생이 머물 원룸 18곳도 사업이 취소되면서 1개월 치 계약금을 낭비했다. 특히 국제인형극학교에 쓰일 춘천시청소년여행의집 리모델링 공사도 9월 말에야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개교를 했더라도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었던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장복순 문화예술과장은 왜 처음부터 행정절차를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냐는 질문에 “이전의 집행부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으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 시장님의 의지도 워낙 확고하셔서 서두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조례제정 및 운영계획 재수립 등 행정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인형극특화창업지원센터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운기 의원(국민의힘)은 “당초 청년창업지원센터로 2018년 국비 예산을 탔고 담당부서도 사회적 경제과였다. 그런데 이걸 문화예술과 사업으로 바꾸고 문화시설 내 학교로 활용하겠다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 본래 취지대로 춘천시청소년여행의집은 리모델링 후 청년창업지원센터로 활용해야 한다. 2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도 각 예술 장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인형극특화창업지원센터와 아카데미는 시에서 별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목표였던 춘천국제인형극학교의 위상에서 후퇴한 인형극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체 운영되는 것도 낙관할 수만은 없으며, 그간 춘천시가 아시아 최초의 인형극학교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해온 문화예술의 도시 춘천의 이미지와 행정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신미란 춘천국제인형극학교 운영본부장은 “일각의 인식과 달리 인형극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예술의 전 영역에 큰 영향을 주며 문화도시 춘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인데 정말 아쉽게 됐다. 사업의 중요성이 시의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며 사업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가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루씰 보송 춘천국제인형극학교 명예 교장(전 프랑스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 교장)은 “실망이 크다. 직간접적으로 학교준비를 함께 해오면서 한국 중앙언론은 물론 지역 매체들의 기대·신념·확신을 목격했다. 춘천이 2025년 유니마 총회 유치에 성공했던 것은 바로 이번 학교에 대한 의지와 열망에 대한 세계 유니마의 화답이었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는 세계인형극네트워크에서 춘천을 주목하게 했던 대사건이었다. 그런데 개교를 앞두고 전면 취소되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특히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학생들과 교수들의 시간은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클로딘 르두(아비아마 위원장, 전 프랑스 샤를르빌 시장)은 “경제적인 손실을 차치하고 미래예술에 대한 신념·가치에 대한 훼손이다. 샤를르빌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는 아니지만, 시민들은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가 있는 샤를르빌 시를 자랑스러워한다. 학교를 통해 도시는 예술의 긍정적 에너지와 아름다운 이미지를 쌓게 된다. 다행히 육 시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학교설립의 과정이 더 단단해질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국제인형극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비 7억 원과 시비 12억 원 등 모두 19억 원이다. 올해 운영예산 12억 원 중 25% 정도가 이미 사용됐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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