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 해결 위해 모인 ‘후평동뒤뜰’
설문조사 결과 공유, 성공 사례 발표 등

골목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던 춘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16일 아침 10시 후평동의 한 카페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베이커리 사장님과 닭갈빗집 사장님 등 인근 상인분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같은 골목에서 장사하시는 사장님들이 아침부터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댄 이유는 놀랍게도 후평동 골목 주차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름하여 ‘후평동뒤뜰’이라 불리는 주민공동체였다. 여기에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센터장 조경자)와 춘천사회혁신센터(센터장 박정환)도 뛰어들었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뭉쳤다. ‘후평동뒤뜰’ 구성원들은 골목 지도를 그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실 춘천 도심 지역의 주차 문제는 어디나 비슷하다. 다만 ‘후평동뒤뜰’ 구성원들은 주차장이 지어지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이날 열린 ‘우리 동네 주차 문제 해결 및 주차 환경 개선을 위한 춘천시 후평1동 주민참여 공론장’(이하 공론장)에서는 ‘후평동뒤뜰’이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얻어낸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지역의 해결방안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사례조사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골목 주차의 문제점과 현황을 직접 지도를 그려가며 각각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했다. 총 4회에 걸쳐 수렴된 주민 의견은 의제로 설정돼 다음달 15일 골목 축제 행사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공론장에 참여한 다인 카페 대표는 “물론 지자체가 주차장을 지어주면 좋겠지만 그것만 기다릴 수는 없다. ‘원칙이 잘 지켜지면 다수의 불만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공론을 통해 다수의 불만을 줄여줄 수 있는 공동체 사이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후평동 골목 주차 문제 현황은?

‘후평동뒤뜰’은 9월 1일부터 4일까지 골목에서 거주하는 주민과 상인들을 직접 만나 조사를 진행했다. 무려 102명의 시민들이 응답했다. 주요 조사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차량 소유는 없음이 11.2%, 1대가 65.2%, 2대가 19.2% 3대 이상이 4.5%였다. △주차장이 확보된 세대는 88.8%가 없음, 11.2%가 있음으로 대답했다. △주차에 대한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무려 98.9%였다. 불편함의 내용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이웃과 불화가 있다는 비율이 32.9%로 가장 높았고 빈 주차 공간을 이용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비율이 16.9%로 뒤를 이었다. △임차인의 경우 주차 문제로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77.3%에 달했다. △상인들의 경우 주차 환경 개선이 동네 상권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96%였다. 주차 문제가 심각하며 생업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였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해결하나?

서울시 금천구의 경우를 보면 주민이 직접 주차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금천구 독산동은 구도심 지역으로 심각한 주차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하나가 한 주민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본인이 겪고 있는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불편함은 바로 좁은 골목길에 겨우 들어섰는데 막상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회차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주민은 골목 입구에 주차할 자리가 얼마나 있는지를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리빙랩으로 이어졌고, 14명의 주민이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전광판 설치와 함께 본인들의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을 공유하기로 했다. 차가 비어 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겨우 14명이 모였을 뿐이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6년 9월 처음 공유 주차장을 이용한 차량은 476대였지만 불과 두 달 후인 11월에는 1천389대로 늘어났다. 반대로 이동 주차는 25회에서 6회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효과가 입증되자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도 합세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아파트가 외부 주민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기도 했다. 현재 금천구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2천460개 전부가 ARS를 활용해 주차장 공유를 실시하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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