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지난 10일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지만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자살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자 2004년 9월 10일 제1회 ‘세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지며 시작됐다. 최근 수원 세 모녀, 광주 보육원 출신 청년들, 대구 30대 주부 아들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등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30대~80세 이상 연령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청소년 자살률도 2015년까지 꾸준히 감소하여 7.6명으로 줄었으나 2019년에 10.4명까지 증가하여 4위를 기록했다. 자살은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강원도의 자살자 수는 2017년 470명에서 2019년 509명, 2020년 508명으로 증가추세이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은 25.4명으로 충남,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연령대별 자살률은 10대(9.3명)와 40대(39.3명), 60대(42.7명)와 80세 이상(97.9명)에서 강원이 가장 높았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정신적·육체적 문제, 경제적 문제, 가정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가정 문제로 인한 자살이 증가(강원경찰청 2019~2020년 변사자통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생명운동연대는 “OECD 자살률 1위, 저출산 1위 국가로 전락한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참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정치 권력이 사회 약자들의 생명 포기 현상을 방기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전 부처의 역량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유 강원도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지역 사정에 밝고 주민과 밀접한 소통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역사회 조직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대표적인 풀뿌리 조직인 이장과 통장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18개 시·군 이·통장 생명지킴이들의 1인당 평균 사례관리 횟수는 2019년 6.2회에서 지난해 10.8회까지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춘천시는 보건복지부 선정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 도시로 선정, 고독사 및 자살 위험이 높은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사물 인터넷이 탑재된 스마트 토이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청년과 노인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40대 이상 중년층에 대한 정책도 절실하다. 강원도가 자살률 최상위에 계속 머문다면 도지사와 시장이 제시한 찬란한 도정·시정 목표는 헛된 구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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