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말은 흔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뜻할 때 쓰는 말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논의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5월 29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강원특별자치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6월 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월 10일 관보에 게재됨으로써 공식 공포됐다. 이 법이 공포됨에 따라 1년이 경과한 2023년 6월 11일 0시부터, 조선 태조 4년(1395년) 이후 사용해온 강원도라는 명칭은 628년 만에 사라지고,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명칭과 지위를 보장받는다. 또 강원도의회는 강원특별자치도의회로, 강원도교육청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 변경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시대가 본격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도 아니고, 지역 여론을 수렴한 것도 아니기에 주사위는 던져졌고, 채워야 할 것은 많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18대(2012년), 19대(201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올해 제20대 대선에서 4당 대통령 후보 모두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지선 직전에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국회 통과로 특별자치도라는 지위는 획득했지만, 총 23개 조항에 불과한 법안은 그에 걸맞은 행정적 재정적 특혜와 권한이 명시된 것은 아니어서 채워나갈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6월에 출범해야 하는 특별자치도에 대한 강원도를 비롯한 18개 시군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목표, 기준 등을 담아 만든 종합적인 계획을 로드맵이라고 한다. 당선 일로부터는 3개월, 임기를 시작한 지 2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로드맵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된 로드맵이 없다 보니 어설픈 밑그림만 잔뜩 그리는 토론회만 난무할 뿐이다. 

지난달 강원도와 지역의 한 언론사가 주최한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권역별 발전방안 대토론회나 이달 강원도의 ‘강원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과 연계한 비전 수립 첫 토론회도 내용 없이 당위만 가득하다. 전문가도 아닌 구색 갖추기 토론이나 어설픈 홍보용 용역 수주 토론회는 예산만 낭비될 뿐이다. 대개의 관 주도 용역이 탁상공론에 머물러 실제로 실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길 바란다. 지난달 ‘특별자치도 중심도시 춘천, 시민 대토론’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의 ‘실망이 크다. 토론으로 알고 왔는데 강연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새겨듣기 바란다. 기존의 특별시인 제주도나, 세종시를 들여다보는 것도 참고용에 머물러야 한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다른 곳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대로 벤치마킹할 일도 아니다. 강원도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심도 있는 연구로 계획이 수립되고 제대론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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