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내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1조522억 원이던 것이 올해 들어 6천50억 원으로 감소했는데, 그마저도 내년부터 지원이 끊기로 한 것이다. 원래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2018년부터 고용위기지역 등을 대상으로 지원이 확대되어 오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국고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되어 왔다. 

강원도의 경우 도의 강원상품권을 비롯해, 2007년부터 평창, 양양, 속초을 제외한 15개 시·군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7월 기준 도내 지역화폐 예산은 국비 214억 원, 시·군비 321억 원을 합해 총 535억 원 규모이다. 40%를 국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춘천시는 지역화폐인 춘천사랑상품권 발행 규모가 2019년 27억 원, 2020년 450억 원, 2021년 550억 원, 2022년 610억 원으로 증가 추이를 보여왔다. 이러한 가운데 춘천시는 국비를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10월부터 춘천사랑상품권 월 판매한도액을 33억 원에서 74억 원으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춘천사랑상품권은 매월 1일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10% 할인액이 적용되는 데다 1만 개가 넘는 다양한 업종의 가맹점을 보유 중이어서 인기가 높다. 판매개시 10분이면 월 판매한도액이 모두 팔리는 상황이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부터 더 이상 국비로 예산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사업이고, 코로나 이후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는 긴급한 저소득·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도 지역 화폐는 지자체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취지이다. 당장 강원도는 지난해 1천285억 원, 올해는 770억 원만 발행하고, 내년에는 500억 원으로 더 축소할 방침이라고 호응했다. 춘천사랑상품권 확대키로 한 춘천시도 일단 12월까지는 증액된 금액으로 판매되지만, 내년에도 사업이 계속될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재정 규모와 자립도가 낮은 도내 지자체들은 발행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그간 지역화폐 플랫폼 구축 및 유지·홍보에 들어간 투자는 매몰비용이 되고 만다. 혈세 낭비이다. 그리고 상품권을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보니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 전통시장의 활성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이 기여해 왔다. 지역화폐 도입의 당초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국고지원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정책이 서민을 배제하고, 지역을 홀대한다면, 국민들의 마음도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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