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이스마엘 베아

가을아, 여행은 어땠니? 엄마 없이 다른 나라에 다녀온 네가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구나.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너는 모르고 마냥 신났겠지? 너를 혼자 떼어놓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세상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그게 아마 모든 엄마들의 바람일 거야.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평화롭길, 안전하길, 아름답길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이스마엘 베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읽은 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조금 울었었다. 노래와 춤이 좋아 친구들과 옆 동네로 놀러 간 그 길이 고향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지 몰랐던 이스마엘의 인생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어.

‘시에라리온’, 아프리카의 그 작은 나라를 엄마는 사실 잘 몰랐었어. 다이아몬드는 아름답게 빛나는 비싼 보석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왜 ‘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는 지구 반대편 소년에게 일어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에 놀랐다. 

이스마엘이 전쟁 속에 던져진 그 날은 기이하리만치 평소와 똑같은 날이었대. ‘흰 구름 사이로 태양이 평화롭게 흘러가고, 새들은 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나무들은 잔잔한 바람에 맞추어 춤추듯 흔들리는’ 그런 날, 이스마엘은 더는 예전과 같은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겨우 열두 살인 아이가 혼자 밀림을 헤매고, 살인을 보고, 직접 총과 칼로 살인을 하고, 심지어는 누가 더 빨리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내기를 하는 그런 날들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마음 여린 아이들에게 복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하얀 캡슐’(마약)을 먹이면서까지 총과 칼을 쥐어주던 정부군 또는 반군들의 목적이 사실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소년병들이 알게 된다면, 우리 어른들은 그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이면에는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부추겨 채광권에서 이권을 챙기고 무기를 팔아먹으려던 강대국들이 있었다는 추악한 진실을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줄 수 있냔 말이다.

그렇지만 참 신기한 일이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람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쉬웠던’ 이스마엘은 열다섯 되는 해에 유니세프를 통하여 구출되고 몇 달이 걸린 뒤에서야 비로소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잠자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이렇게 이스마엘과 같은 소년병을 사회에 ‘복귀’시키려면 우리는 무한한 인내와 애정, 돈을 다시 쏟아부어야 해. 정부군이 된 것도, 반군이 된 것도 모두 그 아이들의 선택은 아니었고 그 아이들의 책임은 더더욱 아니었으니 그 많은 에너지를 들여서라도 그들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미래의 희망의 지켜야 하는 우리들의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아이의 정신적 흉터까지 없앨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가을아, 엄마는 네게 이 불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너는 미래를 살아야 하고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할 소중한 아이다. 엄마는 네가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네가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직업을 갖고 꿈을 펼칠 때 네 선택에는 그 어떤 이익보다 더 우선순위에 ‘사람’을 두어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의 가치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썩어질 것보다는 썩지 않는 것에 있기를 바라며, 너를 닮은 가을이 얼마나 멋진 열매를 맺을지 올해 가을도 고조곤히 기다려본다. 그럼 이만 총총. <끝>

이은희(봄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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