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춘천SF영화제’ 경쟁 및 초청작 79편 상영
지역 상생 협력 눈길, 인재의 산실 가능성 확인
“다큐영화제 뿌리 잊지 않을 것, 국제적 도약은 과제”

코로나 시대의 고립과 단절이 오히려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독립SF영화를 쏟아져 나오게 하는 역설적 토양이 됐다.

‘2022 춘천SF영화제’에서 만난 70여 편의 독립SF영화들과 다큐멘터리 등이 그를 증명했다. 지난달 29일 ‘2022 춘천SF영화제’가 커먼즈필드춘천 안녕하우스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3일까지 펼쳐졌다. 95개국에서 출품된 SF영화 1천459편 중 49편을 엄선했고 국내외 초청 상영작 30편 등 총 79편을 소개했다. 우주 식민지 이주와 유전자 조작 관련 윤리문제, A.I와 로봇 등 지구와 우주, 환경 이슈 등을 다양하게 다룬 작품이 망라됐다.

시민들이 춘천SF영화제 개막작 〈아빠는 외계인〉을 관람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시민과 영화제 출품자들, 육동한 시장 및 시·도의원, 여러 기관장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개막식에서는 올해 영화제의 주제인 ‘SF LOVE 춘천’에 어울리는 한국 단편 〈아빠는 외계인〉과 대만 단편 〈너를 비춘 빛, 나를 비추고〉가 개막작으로 상영되어 영화제의 분위기를 달궜다.

특히 롯데장학재단의 사전제작지원에 선정된 홍인지 학생은 “제가 5만 원이 넘는 비용으로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연출을 통해 훌륭한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제는 SF장르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선보여 시민의 흥미를 자아냈다. ‘SF 오픈토크’에서는 박상준 ‘서울SF아카데미’ 대표의 진행으로, 유튜브 채널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원종우 작가와 SF연극 〈양자전쟁〉으로 알려진 김진우 연출가가 참여해 ‘경이로운 SF! 끝내주는 재미! 나의 SF 입덕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이어서 6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와 영화 〈승리호〉의 유강서애·윤승민 시나리오 작가가 ‘화성이주의 꿈! 지구를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라는 주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 및 출연진과의 대화도 흥미롭게 펼쳐졌다. 〈마인드 유니버스〉에 출연한 김형석 작곡가는 제작과정에서 느낀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카메라를 들고 치열한 전장을 누비는 비디오 액티비스트인 프랑스 출신 플로랑 마르시 감독은 〈전장의 A.I〉를 통해 사람의 눈과 카메라 그리고 A.I로 바라본 전장에 대해 수학자인 박형주 전 아주대 총장과 밀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김소연 프로그래머는 “올해 처음 프로그래머로 참여하여 로봇과 A.I를 주제로 한 영화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꾸몄다. 〈로보트 태권V〉와 〈A.I.〉, 〈월-E〉 같은 클래식 작품으로 SF영화의 향수에 빠져들게 했고 초청작 SF스펙트럼을 통해서는 판타지, 우주를 향한 꿈 등 다양한 이슈를 담은 작품도 선보였다. 특히 지구의 미래에 관한 이슈를 담은 다큐멘터리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앞으로 영화제가 주제와 형식에서 더 다양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롯데장학재단이 꾸준히 사전제작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단편 〈아름답게 죽는 법〉에 이어 올해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팔레트〉와 〈노이즈〉를 선정했다. 이는 영화제를 발전시키는데 큰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SF를 주제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작품이 들어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어린 세대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좋아진 아이러니를 확인했다. 다른 지역의 영화제 관계자와 영화인들도 독립 SF영화제라는 컨셉에 대해서 탁월한 선택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성의 대규모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에 주목하며 한국 영화의 인재의 산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좋은 컨셉을 더 발전시키려면 국제영화제로 도약해야 한다. 그것이 남은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이안 위원장은 “방역 완화로 멈춰있던 축제들이 대거 재개되며 축제의 도시답게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고 춘천의 아름다운 자연이 시민을 부르고 있다. 그 발길을 영화제로 이끌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고(故) 이성규 다큐멘터리 감독을 기리는 독립다큐영화제라는 뿌리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SF와 다큐멘터리를 균형 있게 봐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두 가지 장르를 균형 있게 펼쳐갈 것이다. 내년에는 이 감독님의 10주기에 맞춰 다큐 섹션을 특화할 것이다. 또 춘천의 다른 축제들과 협업도 고민 중이다. 홍보도 같이하고 통합된 축제 패스 하나로 춘천의 여러 축제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 ‘춘가소 프로젝트’처럼 춘천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도 이어갈 것이다. 영화제가 재정적으로 많이 열악하지만 올해도 여러분들이 도와줘 잘 치렀다. 내년에는 국제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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