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9일 사이에 4kg이 빠졌다. 나라 걱정하느라 식음을 전폐한 채...는 개뿔, 눈만 뜨면 전국을 헤매며 술만 마셔댄 결과다. 이른바 ‘지옥의 음주 다이어트’. 

소말리아 난민 몰골로 술집에서 술집을 헤매었다. 수많은 애인들이 내 술자리를 지나갔다. 하지만 내 술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그들 모두를 잊는 것. 나는 술에 취하면 어떤 애인에게도 기억력을 베풀지 못하는 특기를 잘 살려서 14만 4천 명 애인들을 무궁무궁 잊었다. 뼈 아프게 잊었다. 그 사이에 9월이 짐짓,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그 비싼 다이어트 약이나 보조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시간과 돈과 몸을 혹사시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류근과 1개월만 똑같이 생활하면 원하는 만큼 살 빠지게 해줄 자신이 있다. 

작년에 몰빵한 주식이 지금 반토막이 났다. 이 새끼 각하 덕분에 앞으로 더 망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강남 대부호 복귀하려면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참에 고액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발매해 볼까? 바야흐로 ‘류근 시인과 함께하는 지옥의 음주 다이어트!’ 어떻게든 살아남야 한다. 아아, 시바


시인 김명리 선생님은 남들 아프고 괴로운 모습을 못 견뎌하시는 분입니다. 김명리 선생님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저는 1990년 가을 무렵에 처음 뵈었어요. 그때 저는 비가 오면 책상을 이리 저리 옮겨서 비를 피해야 하는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문청이었습니다.

김명리 시인은 그때 이미 엄청나게 뜬 시인이었어요. 당차고 대차고 힘차고 막 그런 시인이었습니다. 저를 아주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보셨어요. 아이고~ 커서 뭐가 되려고 그렇게 잘 생겼나... 막 그러는 거 같았다니까요?

한 번 아름다운 시인은 영원히 아름답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언어와 감각의 서슬이 푸르른 시인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김명리 시인의 시를 소개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꽃 / 김명리

밥은 많이 먹었느냐고 

밥은 많이 먹었느냐고

잠깐만 눈앞에 안 보여도

엄마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시네

엄마의 꽃밭에는 밥주걱꽃

밥공기꽃 밥숟가락꽃 만발해

요양병원 중환자실 침상이 

거대한 압력밥솥 같아

손바닥만한 유리창

금세 또 부옇게 흐려지네

그리움만으로도 훈김 오르니

한세상 끓어넘치는 건 

눈물 아니고 밥물이란다

<바람불고 고요한>, 김명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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