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아마도 길어야 3~4년, 짧으면 1~2년 남은 것 같다. 첫째 아이의 사춘기 진입 말이다. 사춘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이다. 자녀가 무사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요즘 쏟아지는 마약, 도박, 성범죄 등의 뉴스를 보고 나면 더 그렇다.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메신저 앱을 통해 10분이면 마약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불법 사설 도박판이 교실에서 벌어지는 세상이다. 게다가 N번방 성범죄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디지털 성범죄까지, 모두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뉴스들이다.

이제 마약 청정국은 옛말이란다.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의약품으로 유통되는 펜타닐 패치를 10대 청소년들이 처방받아 투약하고, 인터넷으로 판매했다는 뉴스가 눈을 의심케 한다. 대검찰청 마약 동향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3년 동안 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뉴스는 오히려 마약에 대해 무덤덤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0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고등학교 재학생 265만3천158명 중 2.4%인 6만3천675명이 청소년 도박 문제 위험집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치료통계를 보면, 도박 문제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청소년이 2017년 837명에서 2021년 2천269명으로 5년 사이 약 3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5년 동안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가 1천860건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곳이 아니라 교내에서 일어난 디지털 성범죄만을 조사한 수치다. 불법 촬영, 촬영물 유포, 문자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까지. 게다가 최신 기술을 이용한 이른바 ‘딥페이크’라 불리는 사진합성·허위영상물 범죄도 123건에 이른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범죄를 눈으로 따라가기에도 숨이 벅차다.

체감으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변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커지는 디지털 세상이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자꾸만 의심이 든다. 과연 내 아이는 괜찮을까? 어떤 환경에서도 내 아이만큼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얼마 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왜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됐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과 7~8년 후면 자신의 자식이 대학교에 갈 것이고, 대학교에 가면 민주주의를 배울 것이고, 민주주의를 알게 되면 틀림없이 데모에 참여할 것이고, 데모에 참여하면 죽도록 맞을 것이 뻔한데, 그렇게 만들기는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인 내가 대신 감옥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를 하게 됐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의 부모들이 할 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애는 아닐 거야’라는 기대 반, 의심 반의 소극적인 믿음보다는, 아이들이 당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각종 디지털 범죄와 적극적으로 싸우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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