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가 24%로 다시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24%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65%였다.

24%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인 올해 8월 첫째주 국정 수행 지지도와도 같다. 당시 그 대상이 된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와 관련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자신을 지칭했다는 점도 폭로했다. 그렇다. 기회는 있었다. 그때 사실 여부가 확인되어 인정되고 사과의 과정을 거쳤더라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오늘과 같은 쪽팔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욕을 듣는 국민의 감정은 대체로 분노보다는 참담, 자괴, 창피처럼 부끄러운 감정이 대다수인 듯하다. 방송이나 신문 보도에서는 비속어라는 순화된 표현을 쓰지만, 우리들의 일상 언어로는 그냥 욕설이나 욕지거리일 뿐이다. 정확한 워딩의 논란거리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대통령이 욕한 사실에 대해서는 방송을 지켜본 대다수가 부인하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도 사람인데 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은 평상시에도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적어도 그 욕의 당사자가 되어 피해자라고 감정 이입해보면 사과하고, 사과받을 일 아닌가? 사과하지 않는 후안무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한다. 이 모든 것은 발화자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욕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사과할 일이 없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일까? 들은 사람들은 있는데 말한 사람이 없으니 황당할 뿐이다. 그래서 벌거벗은 임금님 얘기가 회자하는 것이다. 

욕은 폭력이다. 지금 국민들은 우리의 지도자인 대통령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법에도 신체학대, 성학대, 방임과 더불어 욕은 정서적 학대에 포함되어 있다. 이 정서적 학대의 예시에 원망적/거부적/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 등이 들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침마다 듣게 되는 40초짜리 강원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라디오캠페인’을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다. 

“장난이잖아. 톡방에 지 사진 올린거 가지고 뭘/야, 친구 사이에 이 정도 욕도 못하냐?/넌 한 번 툭 친 거 가지고 우냐?/ 나만 따 시킨게 아니에요. 애들도 걔 다 싫어해요”-학교폭력 어쩌면 우리가 외면했을 목소리-“몰라요 걔네는/내가 얼마나 힘든지/제대로 된 사과를 못 받은 게 제일 속상하죠”-학교폭력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처벌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힘들어할 누군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과 진심 어린 사과 학교폭력 예방의 시작입니다.”

아이들도 다 아는 폭력, 대통령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아이들에게 폭력 예방을 캠페인하면서 어른들이 욕을 하고 다닌다면 부끄러운 일 아닌가?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진심 어린 사과,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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