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연간 방문객 127만 명’, ‘경제 파급효과 500억 원’. 지난해 삼악산 호수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을 때 시와 운영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강조한 숫자이다.

이뿐만 아니다. 의암호 관광휴양·마리나 시설 조성사업도 공사 기간 간접경제 유발효과 2천850억 원, 고용유발 효과 1천여 명 등 놀랄 만한 숫자가 시민을 현혹했다. 레고랜드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장 1년 후 삼악산 호수케이블카가 받아든 ‘숫자’는 연간 방문객 61만여 명이고 영업 이익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계된 즐길거리와 지갑을 열고 싶은 기념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차 방문’, ‘케이블카 이용’, ‘시내 닭갈비 집 점심 식사’, ‘수도권 등으로 귀가’ 등 거의 유사한 체류 패턴을 보인다. 

그렇다면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완전히 실패한 걸까? 아니다. 비관적인 지적에 속상할 것 없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 대부분이 수도권 관광객이어서 외지 관광객 유입에 큰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케이블카에서 본 춘천의 경치에 감탄하며 타보길 잘했다라며 활짝 웃었고 지인 추천과 재방문 의사도 많았다. 이렇듯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향후 춘천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가 될 잠재력이 충분함에도 당 초 제시한 숫자의 함정에 빠져 그 가능성이 무시될까 염려스럽다. 

최근 육동한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시정 목표 중 하나인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관광·축제 자원을 상호 연계하고, 1인·연인·가족·비즈니스·워케이션 등 방문 성격에 맞게 자원을 매칭하는 관광코스 마련, 권역별 강점을 고려한 관광시설 조성, 일과 휴식을 겸하는 체류(워케이션) 등을 펼치겠다 강조했다. 마치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에서 만난 관광객들의 지적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방향은 잘 잡았다.

문제는 숫자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팬데믹은 관광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전국 17 개 시·도 만15세 이상 총 2천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여행 방식(복수응답)에 대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여행(65.4%)’, ‘당일 여행, 가까운 곳으로 여행(52.5%)’, ‘사람이 적은 지역을 방문(50.0%)’ 순으로 답했다. 희망하는 국내 여행 유형으로 ‘산, 바다 등 자연경관’이 51.1%로 가장 많았으며, ‘휴식·휴양(26.4%)’, ‘맛집 탐방(11.3%)’, ‘역사유적지 방문(5.1%)’ 순으로 꼽았다.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는 제주도(29.3%)에 이어 강원도(26.5%)를 꼽았다. 국내 여행 패턴 변화 중 ‘자연으로의 방문 증가’에 대한 긍정 응답 비율이 82.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자가용 여행 증가(79.6%)’, ‘개방된 공간 방문 증가(78.4%)’, ‘비수기 여행 증가(58.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춘천의 관광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휴가철이나 연휴가 되면 많은 인파가 모인 관광지 사진이 화제가 된다. 작은 도시 춘천이 가야 할 지향도 아니고 갈 수도 없다. 관광객들이 춘천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니다. ‘127만 명’이 방문하기보다는 ‘61만 명’이 머물고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춘천에 오면 자연이 있고 휴식하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보고 즐겨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아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케이블카에서 만난 한 관광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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