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 춘천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누군가는 100일이 시정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00일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개천절의 기원이 되는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견뎌내 사람이 되는 기간이다. 지자체장의 임기 4년, 1천 400여 일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정 4년을 설계하는 데 충분하고 중요한 기간이다. 시정 4년 전반에 관한 마스터플랜과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기자회견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춘천이 강원특별자치도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겠다. R&D 특구, 첨단지식산업복합지구를 조성해 일자리를 늘리고 최고의 교육도시, 모두가 학습하는 도시를 통해 인구 30만을 만들겠다. 의암호와 춘천 문화 및 관광자원을 활용해 품격 높은 문화관광도시를 만들겠다. 환경과 농업분야에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펼치고 시민이 참여하는 행복 복지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 정작 화려한 미사여구의 목표만 설정되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이걸 듣고 있는 시민들은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라면서 답답해한다. 유행하는 표현으로 고구마 몇 개를 먹은 듯하다고도 한다. 

취임 후 100일 동안의 의미에 대해서도 ‘스스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마련해 긴급 추경을 편성하고 시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토론을 거쳐 민선 8기 과제를 구체화하는 기간’이라며, “지난 100일은 시민들이 주신 소명을 다하기 위해 춘천시 미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는 날이었다. 시장으로서 결정 하나하나가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알기에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는 출발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슈나 쟁점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한 답변 일색이다. 시내버스 이슈에 대해서도 대중교통 체계 개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시민 편리 및 의사에 중심을 둔 대중 교통정책 방향을 재설정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는 없고 계획과 용역만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언론은 ‘불편한 시내버스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라고 보도했다. 하나 마나 한 얘기 아닌가? 또 다른 현안 도청사 부지 문제에 관해서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어떤 시도를 하는 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솔직히. 거기에다 도청 이슈까지 겹쳐있어서 여러가지 고민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대부분 공터로 남아있는 캠프페이지 문제에 대해서는 친환경 비즈니스 공간이 포함된 복합 생태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공론화라는 답을 내놨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아무 생각이 없거나 지나치게 신중한 발언 태도이다. 혹평을 하는 시민들은 이에 대해 아무말 대잔치라고도 한다. 

취임 100일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안 보인다고 지적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과 더불어 결정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책 실행의 구체적 단위인 지자체와 그 장의 역할은 그러한 것이다.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는 자평이라면 시민들의 이런 기대도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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