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게 / 한지원 / 사계절 

오른손은 억울했다.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도 오른손의 일이었고 왼손은 핸드크림 바를 때만 먼저 슬쩍 다가왔다. 얄밉게. 

반짝이고 근사한 것은 언제나 왼손 차지였다. 똑같이 생겼는데 왜 오른손만 힘든 일을 도맡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사건이 있었고, 오른손의 감정이 터졌다. 

“왜 맨날 너는 놀기만 해?”

“항상 네가 먼저 나서서 다 해 버렸잖아”

“내 탓이라는 거야? 네가 바보같이 제대로 못 하니까 그렇지!”

“뭐……? 바보?”

왼손도 화가 났고 다툼 끝에 오른손이 다쳤다. 오른손은 왼손이 미웠다. 그런데 모두가 말했다. “하필이면 오른손을 다쳤네. 왼손도 아니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도 정말 바보같이 가만히 있는 왼손. 그리고 다음 장에는 오른손이 하던 일을 잘 해 보려고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보지만, 오른손만큼 할 수 없는 왼손의 상황이 펼쳐진다. 모든 것을 지켜본 오른손은 왼손에 먼저 손 내밀고, 왼손은 오른손에게 고맙다고 먼저 말을 건넨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 그림이 등장하는 간결한 구성과 읽는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두드리는 문장. 그림책의 매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이다. 나는 오른손일까 왼손일까. 가정에, 학교에, 직장에 수많은 오른손과 왼손이 있다. 티 나게 고생하는 오른손과 묵묵히 애쓰는 왼손을 모두 응원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왼손 오른손이 이 책을 읽어보고 서로 이해하고 두 손을 맞잡기를 바란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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