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추진위원회’ 나유경 시의원 건립촉구 1인 시위
평균관중·교통 등 강릉, 원주에 비해 월등
춘천 경제·관광·문화 활성화 시너지

지난 8일 강원FC가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대로 K리그1 파이널A(상위 1∼6위) 첫 홈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장에는 3천8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는 양 팀의 치열한 공방 끝에 무승부(0:0)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만큼이나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강원FC 전용구장 춘천시 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위원인 나유경 시의원이다. 추진위는 김보건 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과 나유경 시의원, 신도선 시 축구협회장, 김숙경 시 자원봉사센터장, 최배철 시 개인택시지부장, 최대식 강원FC 춘천 팬클럽 회장, 이교선 전 시의원, 박제우 전 한림성심대 연구원, 임동호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시 지회장 등이 모여 지난달 발족했다.

지난 9월 18일 경기에서 강원FC서포터즈가 걸개시위를 펼쳤다.     사진 제공=나유경 의원

축구전용구장 건립… 강원도 및 춘천시 계획

강원FC는 구단의 전용구장이 없어 홈경기를 춘천과 강릉 등에서 분산 개최하는 등 홈경기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해 경기력 저하와 성적 부진 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전용구장 건립을 추진해왔다. 2019년 최문순 도지사 시절 대구FC 전용구장을 찾아 시설을 견학했으며, 2020년 8천여만 원을 들여 ‘강원축구전용구장 건립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해 관객석 1만1천석 규모로 신축하면 536억 원(부지 매입비 제외), 기존 시설 변경 시 248억 원(보조경기장)·98억 원(종합운동장)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춘천시도 근화동 하수처리장 인근 비위생매립지를 강원축구전용구장 후보지로 결정하고 유치에 나섰다. 육동한 시장은 지난 8월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를 만나 강원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해 협의하며 국비와 지방비 등 예산 1천여억 원을 투입, 강원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시민들의 유치 의지와 열망 또한 상당히 높다”라며 근화동 하수처리장 인근의 비위생매립지를 후보지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춘천역과 인접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용구장을 유치할 경우 인근의 공지천 인조구장 2곳 등을 보조구장으로 활용할 방침도 밝혔다. 특히 시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의 고향인 점을 활용해 A매치 유치, 축구 명문 도시화, 관광 활성화 등 시너지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강원도 축구전용구장 건립 계획 사실상 백지화

춘천·원주·강릉 등 강원도 주요 도시가 강원축구전용구장 유치 경쟁에 앞다퉈 나선 가운데 강원도는 강원축구전용구장 건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지난달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열망은 알고 있지만, 강원도 부채가 꽤 커서 강원도 재정으로는 감당할 여력이 없다. 재정을 건전화시킨 뒤에야 재검토할 수 있다”라며 사실상 전용구장 건립 백지화를 밝혔다. 이어 “도민축구단 홈경기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도민 일체감 조성과 강원도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창단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재처럼 순회 개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도는 당초 해당 용역 결과를 토대로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추진, 입지를 선정하고 건립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에 춘천·원주·강릉 등 일부 지역은 축구전용구장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유치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도가 돌연, 전용구장 건립 ‘중단’을 선언하자 유치에 나선 지자체는 당혹해하며 도의 일방 통보를 비판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삼지만, 정치적 판단에 불과하며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었기에 수긍할 수 없다며 유치 활동을 이어가는 분위기이다. 

백지화 발표 후 육 시장은 “강원도가 순회 개최를 결정한 것은 지역 간 갈등을 우려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당분간 여론을 보면서 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와 함께 동력을 유지하면서 대응방안을 논의해나가겠다. 앞으로 언젠가 이루어질 전용구장 준비를 위한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릉·원주 등은 거세게 항의하는 반면, 춘천시의 태도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크다. 지난달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의 순회 개최 발표 후 “강릉시는 모든 경기를 다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왜 춘천시는 반 경기만 가져가겠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지 모르겠다. 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분산 개최 논란

강원축구전용구장 건립 백지화에 따른 반발에 이어 강원FC 홈경기 분산 개최에 따른 경기 유치를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일고 있다. 강릉시는 최근 “춘천시와 함께 강원FC로부터 경기당 8천만 원의 후원금을 내는 조건의 공모 제안 방식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홈경기 유치 제안을 받았다”라며 이에 “강릉시는 19경기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춘천시가 당초 경기당 5천만 원에 9경기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후원금을 8천만 원으로 맞춰 9경기를 유치하겠다고 번복하고 나섰다. 춘천시가 공모 제안 마감 날짜를 넘기는 등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제안서가 “강원도에서 보낸 공문도 아니고 강원FC에서 향후 홈경기 개최 의사 확인을 위한 것에 불과하며 의견 서식에 지원조건 등은 상호협의하에 변경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공모라면 도내 전 시·군에 공문을 보내 홈경기 유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오직 춘천과 강릉 2개 시에만 공문을 발송하는 등 도의 공식 입장도 아닌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강원도도 “주체가 강원도가 아니고 강원FC에서 참고하려고 진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춘천이 최적지’

추진위 신도선 위원장(춘천시 축구협회장)은 “축구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증가되고 축구 인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또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수도권과 접근성으로 수도권 축구팬 방문도 늘고 있다. 강원FC의 파이널A 진출로 도민에게 큰 기쁨을 준 올해는 9월 22일 기준, 춘천 홈경기 승률이 67%에 이른다. (강릉 승률 40%) 강등 위기였던 21년도와 파이널A에 진출한 22년 모두 춘천이 강릉보다 평균관중이 많으며, 홈경기 평균관중수나 승률을 봤을 때 춘천에서 더 많은 관중, 더 나은 성적을 보이는 것이 객관적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최근 2년간 K리그 강원FC 홈경기 평균관중수는 2021년 춘천 1천372명, 강릉 1천286명, 2022년 춘천 2천394명, 강릉 1천642명이다. 춘천이 최적지다”라고 역설했다.

나유경 의원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2027년에 완공될 수 있는데 공론화 절차와 협의 하나 없이 백지화되어 유감스럽다. 백지화했음에도 강릉은 현 정부 실세를 중심으로 계속 유치 열기를 조성하고 있고, 원주는 많은 인구와 프로농구 성공 사례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춘천이 최적지이고 계획도 가장 구체적이다. 교통이 불편함에도 송암경기장의 최근 경기에 4천 명 가까운 관중이 모인다. 근화동 하수처리장 인근에 전용구장이 생긴다면 편리한 전철로 수도권 팬도 대거 유입되며 평균 관중이 만 명으로 늘 것이다. 용역 결과도 춘천이 유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레고랜드·삼악산케이블카·축구전용구장 등으로 이어지며 시너지가 커지고 특히 경기가 치러지는 날 공지천에 펍문화가 활성화되어 경기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전용구장이 지어지면 한 달에 3~4번 1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채우고 경기 후에는 밤문화가 활성화되며 자연스럽게 축제가 벌어진다. 자차에 의존하는 송암에서는 그게 안된다. 후원업체 스퀴즈브루어리가 강원FC맥주를 출시하고 티켓 구매자에게 무료제공하지만 운전자인 관중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춘천은 손흥민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전용구장으로 A매치를 유치해 춘천시를 홍보할 수 있다. 전용구장이 생기면 춘천시민축구단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나 의원은 김 지사의 말도 사실과 다름을 지적하며 “원주까지 경기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순환 개최는 도민 일체감을 가져오지도 않고 경기력만 떨어뜨린다. 과도한 비용도 사실과 다르다. 도가 모두 부담하지 않고 춘천시가 700억 원으로 가장 많이 부담한다. 포항과 대구 등 모든 전용구장이 월드컵을 계기로 지어진 것이 아니며 안양은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전용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백지화를 철회하고 공모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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