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춘천조각심포지엄, 삼천동 수변공원
조각가 9인 ‘그대 안의 우리’ 주제로 제작 중

중도선착장 옆 수변공원에 가까워지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임시로 설치된 여러 채의 천막 작업장이 눈에 들어왔다. 망치와 정이 바위를 깨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한쪽에서는 용접봉에 불꽃이 피었다. 이내 금속을 연마하는 굉음까지 뒤섞이며 공원 가득 불협화음의 하모니가 펼쳐진다.

춘천조각심포지엄 참여 작가들이 시민의 질문에 답하며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2022 춘천조각심포지엄이 한창 진행 중이다. 김상균, 김재호, 김지현, 박헌열, 양재건, 위세복, 장국보, 정원경, 최중갑 작가들이 수변공원에 마련된 야외 작업장에서 올해 심포지엄의 주제 ‘그대 안의 우리’를 각자의 해석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조각심포지엄의 특별한 점은, 시민이 작품 제작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회는 팬데믹으로 시민과 가까이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컸지만, 올해는 많은 시민이 현장에서 작품제작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연인과 나들이를 나온 최준희(28·퇴계동) 씨는 “평소 먼 존재로만 느껴지던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가까이 서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예술이 쉽고 친숙해지는 기회였다”라며 작가들에게 작품 주제와 작업방식을 질문하며 한창 동안이나 대화를 나눴다. 

올해의 주제 ‘그대 안의 우리’를 코뿔소와 거울로 형상화하는 정원경 작가는 “코뿔소를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오고 있다. 코뿔소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으면서도 멸종되어가는 아이러니한 생명체이다. 2014년 코뿔소 작품을 싣고 밤길을 달리다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특히 훼손 하나 없이 어둠 속에 번쩍이고 서 있는 코뿔소를 보고 마치 나의 수호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춘천 시민 누구나 수호신 같은 존재가 있을 거다. 작품을 통해 나와 우리의 수호신을 떠올려 보자. 거울은 도시·자연·사람·동물 등 모든 것을 공평히 비춘다. 거울 속에서 모두가 어우러져 우리가 된다. 시민들에게 그런 수호신과 모두를 담는 거울을 선물하려고 한다. 조각 심포지엄은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다. 예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조각 예술은 춘천의 자연과 정말 잘 어울린다. 심포지엄을 통해 춘천이 하나의 갤러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손흥민을 닮은 거대한 조각이 눈길을 끈다. 장국보 작가는, 일반인들이 조각하면 떠올리는 전통적인 방식, 오직 망치와 정만으로 거대한 바위(영주석)를 쪼아내 ‘우리 안의 그대’를 깎아내고 있다. 장 작가는 “우리 강원도의 그대, 손흥민의 이미지를 빌려 자연에서 솟아나는 에너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싱싱하고 강한 영주석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주 오랜 세월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힘을 주길 바란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수만 번의 망치질은 흡사 출산의 고통과도 같다. 힘든 과정과 탄생의 기쁨을 시민과 나누고 싶다. 현장에 온 시민들이 고전적인 작업방식에 많은 관심을 보여 힘이 든 줄 모르고 작업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작가들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땀의 결실은 조만간 공지천 조각공원에 설치된다. 한편, 시청 로비에서는 심포지엄 참여 작가와 지역 조각가의 작품 교류전이 진행 중이며 주말에는 미술 관련 15개 팀의 체험 부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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