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 대학생기자

강원도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 불이행 리스크가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문제만이 아닌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레고랜드의 사업주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는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여 2천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았고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따라서 강원도는 GJC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필요한 금액 중 많은 부분을 대신 지급할 보증 의무가 있지만, 도는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용은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급으로 여겨졌는데, 이번 레고랜드 사태는 지자체의 신용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에서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의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ABCP를 매입하지 않겠다는 경향을 내비쳤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금융권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는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다른 지자체 프로젝트 역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원도 뿐만이 아니다. 충남 천안, 충북 충주와 음성, 경북 안동, 전북 완주, 경남 진주 등 지역 내 대형 건설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 역시 유동화 증권 발행으로 조달했는데, 대부분 이번에 문제가 된 레고랜드 ABCP 구조와 동일한 방식인 것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자체는 유동화 증권의 차환 발행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기 발생 시 영향받을 자산 규모는 막대하다. PF 대출채권을 기초로 삼은 유동화 증권 잔액은 50조원에 달한다. 규모가 막대한 만큼 이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은 시장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인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관련 회생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시장의 쇼크는 예견된 일”이라며 “시장 안정화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진다. 정부에서 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원도가 당장 보증채무 이행 능력이 부족했어도 ABCP 차환 발행을 통해 1년 이상 시간을 벌면서 이행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다”며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판단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자신들이 신용을 보강한 유동화증권 지급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약하다면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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