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첫 삽… 서울~춘천~속초 99분 주파
2조 4천여억 투입…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도민의 숙원 사업인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공사가 마침내 첫 삽을 떴다.

지난 18일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열린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허영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진태 도지사, 육동한 시장, 김진호 시의회 의장, 지역주민 등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 구간   출처=국토교통부

동서고속화철도는 경춘선 종점인 춘천역에서 출발해 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 간 총 93.7km 구간을 연결하는 대규모 SOC 사업이다. 화천, 양구, 인제, 백담, 속초 등 5개소의 정거장이 새로 지어진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있던 철길이 속초까지 연결됨에 따라 한반도를 동서로 연결하는 횡단철도가 완성된다. 사업에는 약 6년간 총 2조4천377억 원이 투입된다.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철도가 개통되면 준고속열차 KTX-이음이 투입되어 서울~춘천~속초를 시속 250km의 속도로 1시간 39분에 주파한다. 현재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ITX로 75분, 춘천에서 속초까지 버스로 120분이 걸려 열차와 버스를 타면 3시간 15분이 소요된다. 승용차로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속초까지 가도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동 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가량 단축되는 것이다. 대부분 구간이 터널로 건설돼 폭설 등 기후와 관계없이 상시 운행할 수 있다.

사업은 8개 공구로 나눠 진행되며 춘천 1공구(근화동~신북읍 산천리)와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통과 구간 7공구(인제 용대리~고성 원암리)는 설계와 시공이 일괄 입찰로 이뤄지는 턴키 방식이다. 1공구는 연내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공법 보완에 따른 설계심의를 완료했으며 시공사인 HJ중공업 등의 현장사무소가 곧 들어선다. 설악산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7공구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가 관건이지만 국토부와 강원도는 연내 착공을 낙관하고 있다. 나머지 2·3·4·5·6·8공구는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동서고속화철도는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역대 대선·총선의 단골 공약이었으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편익 비율(B/C)이 낮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세 차례 고배를 마시는 등 30년간 표류했다. 그러다 2016년 네 번째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동서고속철도가 완공될 경우 화천, 양구, 인제 등 철도 교통의 불모지인 접경지역과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서고속철, 동해선, 경강선 등 강원권 고속철도망     출처=국토교통부
 

국토부는 동서고속화철도 외에 현재 공사 중인 강릉~제진, 삼척~포항 등 동해선도 각각 2027년,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속초에서 동해선과 연결 포항, 울산, 부산까지 이어지게 된다. 또 경강선 여주~원주 사업을 내년 하반기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착공한다는 방침이어서 강원권 고속철도망 구축으로 전국 2시간대 생활권 시대가 앞당겨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서고속화철도는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려면 매년 4∼5천억 원의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는 게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앞으로 동서고속철도를 비롯해 도로, 철도 등 다양한 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된다면 강원지역은 관광과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된다”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고, 도민 여러분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 강원의 시대를 열어가겠다. 지역 교통망 구축 등을 통해 국정과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개막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진태 도지사는 “1987년 이후 35년 만에 의미있는 첫 삽을 뜨게 됐다. 신속한 완공을 위해 예산투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특히 접경지역에서는 철도를 처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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