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 생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문제점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냉엄한 규칙에도 윤리성이 적용될 수 있을까?

비록 식재료로 길러져 식품으로 만들어질 운명을 타고난 가금·가축이라고 해도 엄연한 생명체다. 살아있는 동안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받아 마땅하다. ‘최소한’이라는 경계가 분명치 않다고 해도 말이다. 최근 생명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연해지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 4월 통과된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춘천시는 다음 달 4일까지 동물복지 축산농장을 신청받는다.      사진 제공=오탄 농장

동물복지란?

동물복지라는 개념은 1960년대 등장했다. 영국의 작가인 루스 해리슨이 1964년 ‘동물 기계’를 출간하면서 영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영국 노스 웨일스 대학 동물학과 교수인 로저 브람벨은 1965년 공장식 축산 시스템 내 농장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 발표한 ‘브람벨 보고서’를 발표해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브람벨 보고서’에 담긴 눕고, 몸을 돌리고, 털을 다듬고, 다리를 뻗을 자유 등 소박한 수준의 동물복지는 영국의 ‘동물복지 위원회’를 거쳐 1979년 ‘동물의 5대 자유’로 발전했다. 이후 세계동물보건기구와 각종 수의사 협회, 동물 보호 단체가 이를 채택하면서 동물의 5대 자유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물 보호의 기본원칙이 됐다. 한국의 경우, 2011년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반영됐다. ‘동물의 5대 자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점은 ‘동물의 5대 자유’에서 동물은 모든 동물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가금·가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야생동물은 이미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이슈

동물의 복지와 관련된 이슈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배양육에 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공육이라고 불리는 배양육은 세포를 체외에서 조직 배양하여 얻는 고기를 말한다. 동물의 생명을 뺏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환경문제를 경감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공장식 가축 시스템은 막대한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토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가축으로 인해 전체 발생량의 18%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만든다. 배양육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개발 중이다. 배양육 생산은 가능한 단계이지만, 생산 단가를 줄이고 고기 본연의 식감을 재현하는 등의 숙제가 남았다.

동물원에 대한 문제도 불거져 나온다. 좁은 공간에 갇혀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들을 고발하는 인터넷 뉴스에는 어김없이 동물의 권리를 부르짖는 댓글이 달린다. 20세기 중반부터 동물원은 환경운동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둬두는 것은 동물 학대가 틀림없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등 동물원 측은 종 보전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러한 공격을 방어해왔다. 현대 동물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종 보전이고, 교육, 연구 등이 덧붙여진다.

동물을 잡아먹는 과정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거듭해서 갑각류나 두족류가 도살과정에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정교한 신경계를 갖추고 있어서 살아있는 채 끓는 물에 넣는 등의 조리과정에서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어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하고, 반드시 기절시킨 뒤 요리하도록 했다.

세계의 동물복지 현황

영국-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나라답게 동물복지가 발달했다. 영국의 동물복지 위원회는 전 세계의 동물 보호 개발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도 영국 정부에 동물복지 문제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세계동물보건기구를 통해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질병 예방, 제어 방법을 논의하고 발표한다. 또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 동물 질병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한다.

한국- 올해 4월 26일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2023년 4월 27일부터 시행지만 맹견사육허가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등의 개정 내용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였다.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해 상담·교육 또는 심리치료 등을 권고할 수 있으며, 동물 학대로 유죄 판결을 선고되면 최대 200시간까지 재범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게 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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