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15일 15시 30분경,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에 위치한 SK주식회사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서버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기며 카카오의 서비스를 비롯한 해당 IDC에 입주한 모든 서비스가 멈췄다. 소방당국의 1차 조사 결과 전기실 내 정전으로 인한 서버 셧다운을 방지하기 위해 구축한 무정전 전원 장치(UP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특히 업무적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 단순히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앱이 멈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톡채널 서비스, 광고 메시지 발송, 쇼핑, 선물하기, 메이커스, 프렌즈샵, 페이구매, 다음 카페, 카카오스토리, 브런치, 티스토리, 카카오뱅크, 카카오맵, 카카오티, 카카오내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멜론, 카카오티브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게임즈, 픽코마 등의 서비스가 제한됐다. 카카오 택시도 멈추다시피 했다. 《춘천사람들》도 영향을 받았다. 다음 메일이 열리지 않아서 부랴부랴 네이버 단체 메일을 개설하고 각종 자료를 다시 보내 달라는 요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받은 자료는 살펴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메일 접속이 복구된 후에도 대용량 메일 등의 전송이 불가능해 불편함은 한동안 지속됐다.

지금 카카오톡이 멈춘 이유에 대해서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센터의 운영에 대해 아는 바도 없다. 단지 카카오톡을 애용하던 한 명의 고객으로서 그 심경을 스몰데이터로 남기려는 것이다.

1. 당혹- 평온한 주말, 갑자기 카카오톡 전송이 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액정에 내가 보낸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표시가 떴다. 재전송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허사였다. 휴대전화에 이상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켜고 PC버전 카카오톡에 접속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다.

2. 불편- 보내야 할 메시지와 문서가 있어 난감했다. 늘 카카오톡을 이용해 손쉽게 전송했었기에 다른 방법을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컴퓨터로는 접속 자체가 안 되니 이미 받은 문서도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 몇 시간이면 고쳐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3. 대안- 카카오톡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라인’과 ‘텔레그램’을 설치해 보았다. 주소록을 동기화하니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이 보였다. 하지만 카카오톡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가입자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그만두었다.

4. 현타- 카카오톡이 멈추고 몇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 다가 갑자기 현타가 찾아왔다. 현타는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로, 사람이 갑자기 현실을 자각할 때 찾아오는 짙은 허무함과 무력감의 시간을 뜻하는 신조어다.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말이야. 편지로 펜팔 친구 사귀던 때도 있었는데. 에이!’ 괜히 휴대전화를 침대 위로 집어 던지고 말았다.

5. 그래도 다시 한번- 다음날, 카카오톡이 복구됐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접속했다. 보내야 할 메시지는 재전송하고, 받아야 할 문서는 다시 받았다. 몸속 어딘가가 편안해졌다. 그리고 문득 이 세상이 비트 단위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망상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야. 아마 안 될 거야. 산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인이라도 되지 않는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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