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신용 깨뜨린 잘못은 분명해
원인은 불투명하게 진행된 레고랜드 사업

레고랜드 사태 관련 뉴스가 한 주 동안 무섭게 쏟아졌다. 채권시장 자금경색에 대한 이슈로 시작하더니 급기야 정치권까지 불이 번지고 말았다. 춘천시부터 중앙정부까지 레고랜드를 무기로 여야는 계속해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김진태 도지사의 무지와 섣부른 판단을, 다른 한편에서는 최문순 전 도지사의 무리한 사업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을 잘 아는 시민들은 입을 모아 레고랜드 사태는 전·현직 도지사의 합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김진태 도지사를 향해 2천50억 원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을 40조 원을 투입하고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결정이 채권시장 자금경색에 나비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112조 원 규모의 부동산 PF(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와 ‘중도문화연대’가 강원도청 앞에서 불투명하게 진행되어 온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PF대출은 활황이었다. 그런데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동산 PF는 개발 사안의 미래 가치에 근거해서 이익을 발생시킨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해 개발을 성공시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만약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즉 PF 사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다.

김 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결정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금리로 인해 위태해져 가는 부동산 PF 시장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시장이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면, 참여자들은 채권을 포함한 자산을 서둘러 매도하려 하게 되고 시장은 폭락한다. 레고랜드 사태의 경우, 지방채 채권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회사채 등은 수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가 서둘러 40조 원을 투입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잘 풀릴지는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아무리 시장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시장을 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게 되면 채권시장의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악순환의 구조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태에 강원도는 거듭해서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회생신청과 별개로 내년 1월 29일까지 부채 2천50억 원을 변제하겠다고 밝혔고, 27일에는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상환 날짜를 12월 15일로 당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원인 제공은 최문순 도정

지난 27일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이하 레고랜드 범대위)’와 ‘중도문화연대’가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레고랜드 사태가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오동철 레고랜드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현재 언론에서 지적하는 레고랜드 대출금 운운은 핵심을 벗어난 진단”이라며 “레고랜드 사업 10년간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아이원제일차에 대해 도의원을 포함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 레고랜드 사업에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의회는 2020년 ‘재무건전성 동의안’을 승인했다. 2천50억 원의 대출을 담당하는 금융사가 ‘한국투자증권’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바뀌는 절차였다. 동의안의 재무적 투자자 현행란에는 ‘한국투자증권’(KIS춘천개발유동화, KIS춘천개발제2차유동화)라고 쓰여 있지만, 변경란에는 BNK투자증권(본건 대출 관련 설립할 SPC 포함)이라고만 쓰여 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아이원제일차라는 페이퍼컴퍼니와 ABCP 기업어음 발행 사실이 강원도의회는 물론 어느 언론에서도 언급된 사실이 없다”면서 “이 사실을 알았던 이들은 금융투자업에 근무하는 극히 일부와 중도개발공사 관계자들, 일부 강원도 공무원들만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평화연구소 나철성 소장도 리포트를 통해 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도개발공사의 수익 구조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통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외 중도 부지를 조성하고 민간에 매각함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에서 비롯되는데, 중도개발공사 측이 2012년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공사가 보유한 41만7천㎡부지 중 86%를 매각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대금이 모두 납부된 곳은 1만3천㎡ 규모의 1개 필지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9월 20일 중도개발공사가 ‘강원도의회 경제통상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대출금 총 2천50억 원에서 최종적으로 412억 원에 대한 자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출금 상환을 비롯해 각종 지출 규모가 4천542억 원에 달하지만, 부지 매각 등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최대 4천130억 원으로 412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중도개발공사가 원하는 가격에 남은 부지를 모두 팔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러한 적자의 이유 중 하나로 ‘헐값 계약’, ‘특혜 매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제314회 강원도의회 5분 발언에서 국민의힘 하석균 도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올해 3월 7일, 19개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매매가 이뤄졌다”면서 “올해 1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합산하면 105억4천400만 원인데 이 토지를 특정 업체에 59억7천만 원에 팔았다”며 특혜 및 헐값 매매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오 위원장과 나 소장 모두 중도개발공사가 도지사와 도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중도개발공사가 지난 10년 동안 자료 제출과 감사를 거부해왔다는 것이다.

제314회 강원도의회에서는 중도개발공사에 2020부터 2022년까지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 서류를 보면 2022년 매각자료는 누락 되어 있고, 토지 지번에 따라 누구에게 얼마에 매각이 되었는지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사 측은 지난 6월 강원도 인수위원회에도 MDA(총괄개발협약서)를 비롯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김 지사가 취임 이후 강원도에서 요구한 자료 제출을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오죽하면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데 왜 강원도가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짐작이 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위원장은 “중도개발공사 측이 자료를 주지 않으니 법원을 통해 자료를 열람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강원도 핵심 관계자가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일러주기도 했다.

홈페이지는 왜?

레고랜드 측으로서도 요즘의 이슈가 반가울 리 없다. 춘천시가 이동통신망을 통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레고랜드 방문 추정 인원은 56만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200만 명 방문이 목표였지만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료 주차장 문제, 주차금지 스티커 발부 문제, 놀이기구 고장 문제, 최근 《춘천사람들》이 보도한 동절기 휴장에 따른 레고랜드 연간 이용권의 이용일 문제까지 연이어 터지자 레고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중도계발공사가 계약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 되면서 멀린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관련한 의구심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단순한 헤프닝일 수도 있지만 계약서가 투명하지 않으니 ‘혹시’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멀린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자사 브렌드 소개란에 레고랜드 코리아는 없다. 다른 한 곳도 마찬가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검색사이트 검색창에 멀린엔터테인먼트(www.merlinentertainments.biz)를 치면 멀린엔터테인먼트 본사 홈페이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멀린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OUR BRANDS’에 들어가면 레고랜드 빌룬트부터 레고랜드 윈저까지 소개가 되어 있다. 문구를 누르면 바로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레고랜드 코리아는 없다. 단순한 실수일까? 아래쪽에도 ‘OUR BRANDS’가 또 하나 있다. 여기에도 역시 레고랜드 코리아만 없다. 레고랜드 코리아가 가장 마지막에 지어졌으니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가장 위쪽에 있는 레고랜드 글로벌로 들어가면 레고랜드 코리아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코리아’라는 문구가 나온다. 즉, 아직 레고랜드 코리아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다른 지역의 레고랜드와 다른 경로를 열어두었을 확률이 높다. 물론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계약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혹시 레고랜드 코리아만 적용되는 불합리한 조항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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